[고전산문] 마땅한 이유가 있어 통곡한다 / 허균

무릇 통곡(痛哭)에도 역시 도(道)가 있다. 대체로 사람의 칠정(七情) 중에서 쉽게 사람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슬픔 만한 것이 없다. 슬픔이 일어나면 반드시 울음(哭)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한 슬픔이 일어나는 것 역시 그에 얽힌 사연 또한 복잡하고도 다양하다. 그런 까닭에, 가의(賈誼)는 세상사를 바르게 잡을 방도가 없어 크게 상심하여 통곡했다. 묵자(墨翟, 묵적)는 흰 실이 그 바탕 색을 잃은 것을 크게 슬퍼하여 통곡했다. 양주(楊朱)는 동서로 나뉜 갈림길을 싫어하여 슬피 울었으며, 완적(阮籍)은 가던 길이 가로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음에 크게 울었다. 당구(唐衢)는 좋은 시대를 만나지 못하고 자신의 운명이 불우함을 슬퍼하여 스스로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치고는, 크게 소리내어 울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