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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

세상의 군자(君子)들을 보니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큰소리 치는 사람이 많았다. 유독 권언후(權彦厚)군은 무언가 결여되어 부족한 듯하고, 뒤로 빼서 무능해 보여 그 낯빛에 부끄러움이 있는 것 같았다. 괴이하게 여겨 물으니 머뭇거리다가 한참 후에 말했다. "저는 천지(天地, 하늘과 땅)를 대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천지는 일찍이 수많은 성현(聖賢)들을 살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저를 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을 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해와 달은 일찍이 수많은 성현들을 비추어 주었는데 지금 저를 비추어 주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음식과 거처를 옛 사람과 같이 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잡고 발로 가는 것을 옛 사람과 같이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같지 않는 것이 있으..

진짜와 가짜

호랑이는 깊은 산속에 살아서 사람들이 쉽게 보기 어렵다. 옛날 책에서 대개 말하기를 “호랑이의 씩씩하고 괴이함이 악귀와도 같다”고 했고, 여러 화가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건장하고 걸출한 사나운 호랑이의 모습만 부각시킨다. 나는 ‘세상에 어떻게 이처럼 울부짖는 기이한 동물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신유년(혜환 34세 때) 광주(廣州)에서는 사나운 호랑이 때문에 골치를 앓아 관에서 호랑이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하여 상을 주었다. 사냥꾼 아무개가 연거푸 호랑이 여러 마리를 죽이자, 형님인 죽파공(竹坡公,이광휴)이 그 소식을 듣고는 후한 값을 치르고 황화방(皇華坊,현재의 정동井洞) 집으로 가져오게 했다. 죽은 호랑이를 몇 리도 채 옮기기 전에 거리는 이미 인파로 가득차서 뿌연 먼지가 천지를 뒤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