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부끄러워 하는 사람
Posted by 優拙堂
세상의 군자(君子)들을 보니 잘난 체하고 남을 업신여기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큰소리 치는 사람이 많았다. 유독 권언후(權彦厚)군은 무언가 결여되어 부족한 듯하고, 뒤로 빼서 무능해 보여 그 낯빛에 부끄러움이 있는 것 같았다. 괴이하게 여겨 물으니 머뭇거리다가 한참 후에 말했다. "저는 천지(天地, 하늘과 땅)를 대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천지는 일찍이 수많은 성현(聖賢)들을 살게 해주었는데, 지금은 저를 살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해와 달을 보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해와 달은 일찍이 수많은 성현들을 비추어 주었는데 지금 저를 비추어 주기 때문입니다. 또 저는 음식과 거처를 옛 사람과 같이 하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잡고 발로 가는 것을 옛 사람과 같이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같지 않는 것이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