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사람이 그 아는 바를 능히 행할 수 있다면 / 홍대용

영남(嶺南, 경상도 지역)은 본디 동국(東國)의 관민(關閩, 송대의 관중과 민중 지역을 가리킴, 즉 학문이 융성한 곳)이라 일컫는다. 회재(晦齋, 이언적)와 퇴도(退陶, 이황)가 앞서 인도하고, 한강(寒岡, 정구)과 여헌(旅軒, 장현광)이 뒤에 잇달았으니, 염락(濂洛, 염계와 낙양으로 도학(道學 성리학)의 근원지, 즉 저명한 성리학자들이 많이 살던 곳)의 시절이 이때에 융성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김우옹(金宇顒)과 정인홍(鄭仁弘)이 앞서 변고를 일으키고 정희량(鄭希亮)과 이인좌(李麟佐)가 뒤에 난리를 일으켰으니, 어진 이와 정직한 자를 모해(꾀를 써서 남을 모함하여 해를 끼침)하는 의론과 하늘을 욕하고 해를 꾸짖는 무리들이 잇달아 일어났다. 그러므로 빙 둘러있는 72주(州)가 이적(오랑캐)ㆍ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