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닭
사람으로서 닭과 같은 짓을 하는 사람닭(인계설 人雞說)
이웃집에서 닭을 기르고 있는데, 그 닭이 자신의 새끼 닭을 몹시 사랑하여, 혹 자신의 어미 닭에게서 먹이를 빼앗아다가 자신의 새끼 닭에게 먹이기도 하였다. 그 다음해에 그 새끼 닭이 자라나서 다시 또 병아리를 깠다. 그러자 그 새끼 닭도 역시 자신이 깐 병아리를 사랑하기를 그의 어미 닭이 자기를 사랑하듯이 하였다.
어느 날 그 어미 닭이 부엌 부뚜막 위에 흘려져 있는 밥알을 발견하고 쪼아 먹으려고 하였다. 그때 그 새끼 닭이 달려와서 그 어미 닭과 싸워 밥알을 빼앗아다가 자기가 깐 병아리에게 먹이기를, 마치 작년에 그의 어미 닭이 자신에게 먹이기 위하여 자신의 어미 닭과 싸우듯이 하였다. 내가 그것을 보고는 탄식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 작년에 그의 어미 닭이 자신의 새끼 닭을 기를 적에 어찌 올해에 그 새끼 닭이 또 그 어미 닭이 그 할미 닭에게 하듯이 자신의 먹이를 빼앗아서 자기 닭의 병아리에게 줄 줄을 생각이나 했겠는가. 무릇 사람이라고 이름 하는 자들도 역시 이와 같다.
부모를 봉양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들은 열이면 열 사람이 다 그런 데 반해, 자기의 자식을 사랑할 줄 모르는 자는 백 사람 중에 한 사람 정도 있을까 말까 하다. 또 부모의 은혜를 제대로 갚지 못하는 자들은 백이면 백 사람이 다 그런 데 반해, 자식이 자기에게 보답하기를 바라지 않는 자는 천 사람 중에 한 사람 정도만 있다.
이와 같은 자들은 바로 작년의 그 어미 닭과 같은 것이다. 바야흐로 자신이 자신의 어미 닭과 싸워서 자신의 새끼 닭들에게 먹일 적에는, 그 새끼 닭이 자라나서는 또다시 자신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새끼 닭의 병아리들에게 먹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 사람으로서 닭들과 같아서야 되겠는가? 만약 닭과 같다면, 그런 사람을 사람이라고 해야 하겠는가? 아니면 닭이라고 해야 하겠는가? 그런 사람을 일러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 ‘사람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 김약련(金若鍊 1730~1802), 「사람닭 이야기[人雞說]」, 『두암집(斗庵集)』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정선용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