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비록 초라하게 살지라도 / 이가환
Posted by 優拙堂
만약 현실에서 마주하는 '이것(是, 여기에선 '상황' '처지'를 특정하고 있음, '거시기')’을 능히 즐길 수 있다면, 비록 달팽이집처럼 작고 누추한 집에 살고, 새끼줄 띠를 두른 허름한 옷을 입고, 부스러기 쌀 하나 들어있지 않은 초라한 나물국을 먹더라도 모두 다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능히 ‘이것(是)’을 즐길 수 없다면, 무기고와 같은 넓은 터에 튼튼하게 벽을 쌓아 큰 집을 짓고,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날마다 온갖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 먹는 부유하고 풍요로운 상황에 처할지라도 오히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집의 주인은 비록 두어 칸 밖에 안 되는 보잘 것 없는 집이라도 비바람을 가릴 수 있으면 족하고, 비록 삼베와 갈포로 만든 옷일지라도 추위와 더위를 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