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설(人說 ): 사람의 도리에 관하여
Posted by 優拙堂
사람은 만물 중 하나이다. 팔과 다리의 운동, 코와 목구멍의 호흡, 눈과 귀의 보고 듣기, 입과 입술의 먹고 마시기, 암컷과 수컷의 교미 등은 사람과 개ㆍ돼지ㆍ승냥이ㆍ늑대가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만물 중에서 귀하고 가장 신령한 이유는 단지 그에게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네 가지가 없었다면 5만 4000년 동안 한 번 태어나 다행히도 사람이 되는 일이 개ㆍ돼지ㆍ승냥이ㆍ늑대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사람이면서 저 많은 사물과 함께 천지 사이에 살면서 귀하지도 신령하지도 못하고 말이 문틈으로 지나가듯 잠깐 사이에 단지 따뜻하면 즐겁고 배부르면 기뻐할 줄만 알다가 인생 백 년을 지나자마자 새가 떨어지고 들짐승이 죽듯, 풀이 죽고 나무가 썩듯 할 것이니, 삶이라는 것이 어찌 허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