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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속물근성(俗氣)을 치유하는 것은 오직 책밖에 없다

모든 병을 고칠 수 있으나 속기(俗氣 세상시류에 쉽게 요동하고 영합하는 조잡하고 속물적인 기운 또는 마음)만은 치유할 수 없다. 속기를 치유하는 것은 오직 책밖에 없다. 현실 생활과는 거리가 있어도 의기(義氣)가 드높은 친구를 만나면 속물 근성을 떨어버릴 수가 있고, 두루 통달한 친구를 만나면 부분에 치우친 성벽(性癖)을 깨뜨릴 수가 있고, 학문에 박식한 친구를 만나면 고루함을 계몽받을 수 있고, 높이 광달(曠達)한 친구를 만나면 타락한 속기(俗氣)를 떨쳐 버릴 수가 있고, 차분하게 안정된 친구를 만나면 성급하고 경망스러운 성격을 제어할 수 있고, 담담하게 유유자적하는 친구를 만나면 화사한 쪽으로 치달리려는 마음을 해소시킬 수가 있다. 명예심을 극복하지 못했을 때에는 처자의 앞에서도 뽐내는 기색이 드러나..

[고전산문] 인생은 잠시 붙여사는 나그네 삶일 뿐

가지고 있으면서 그 가진 것을 독차지하려고 하는 자는 망령된 자이고, 가지고 있으면서 마치 가지고 있고 싶지 않은 듯이 하는 자는 속임수를 쓰는 자이며,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잃을세라 걱정하는 자는 탐하는 자이고, 가진 게 없으면서 꼭 갖고 싶어하는 자는 너무 성급한 자이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있거나 없거나 집착할 것도 없고 배척할 것도 없이 나에게는 아무 가손(加損)이 없는 것, 그것이 옛 군자(君子)였는데, 기재(寄齋) 영감(寄齋 朴東亮 1569-1635) 같은 이는 그에 대하여 들은 바가 있는 이라고 할 것이다. 붙인다(寄, 부칠 기)는 것은 붙여 산다(寓, 머무를 우)는 말이다. 즉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가고 오고가 일정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고전산문] 덕(德)을 세우는데에는 자기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이 최상이다

천하의 일을 보건대, 옳은 것이 그른 것으로 변화할 수도 있고 그른 것이 옳은 것으로 변화할 수도 있으며, 은인이 원수로 바뀔 수도 있고 원수가 은인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서도 변화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몸은 적연(寂然, 고요하고 편안한 상태)한 상태로 놔 두어야 하고, 마음은 통연(洞然, 명료하게 투명한 밝은 상태)한 상태로 놔 두어야 하고, 세상은 혼연(混然, 여러가지가 뒤섞인 상태)한 상태로 놔 두어야 하고, 일은 자연적(自然的)인 상태로 놔 두어야 한다.(委身寂然。委心洞然。委世混然。委事自然。) 천명(天命)을 따르고 천도(天道)를 따르고 천시(天時)를 따르고 천리(天理)를 따라야 한다. 천도를 따르면 외물(外物)에 응할 수 있고, 천명을 따르면 인간..

[고전산문] 자기 허물을 고칠 수 있어야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군자이고,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의 허물은 보지 않는 이는 소인이다. 몸을 참으로 성실하게 살핀다면 자기의 허물이 날마다 앞에 나타날 것인데, 어느 겨를에 남의 허물을 살피겠는가. 남의 허물을 살피는 사람은 자기 몸을 성실하게 살피지 않는 자이다. 자기 허물은 용서하고 남의 허물만 알며 자기 허물은 묵과하고 남의 허물만 들추어내면 이야말로 큰 허물이다. 이 허물을 고칠 수 있는 자라야 바야흐로 허물이 없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신흠(申欽, 1566∼1628), '검신편(檢身篇)', 상촌집(象村集)/상촌선생집 제39권 내집 제1/ 잡저(雜著)1-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1990

[고전산문] 세가지 즐거움

일은 마음에 흡족하게 될 때 전환할 줄 알아야 하고, 말은 자기 뜻에 차게 될 때 머물러 둘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허물과 후회가 자연히 적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속에 음미할 것이 무궁무진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루에 착한 말을 한 가지라도 듣거나 착한 행동을 한 가지라도 보거나 착한 일을 한 가지라도 행한다면, 그날이야말로 헛되게 살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것, 이것은 세간법(世間法)이고, 할 일도 없고 해서는 안 될 일도 없는 것, 이것이 출세간법(出世間法)이다. 옳은 것이 있고 그른 것이 있는 것, 이것은 세간법이고, 옳은 것도 없고 옳지 않은 것도 없는 것, 이것은 출세간법이다 문을 닫고 마음에 맞는 책을 읽..

[고전산문]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아는 것

말해야 할 때 침묵을 지키는 것도 그르고 침묵해야 할 때 말하는 것도 그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을 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오직 군자이다. 군자가 침묵할 때는 마치 현묘한 하늘과 같고 깊은 못과 같고 흙으로 만든 소상과 같으며, 말을 할 때는 구슬과 옥 같고 혜초와 난초 같고 종과 북 같다. 현묘한 하늘은 바라보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으며, 깊은 못은 굽어보아도 그 밑이 보이지 않으며, 흙으로 만든 소상은 대면해도 그 게으른 용모를 볼 수 없다. 구슬과 옥은 면류관의 장식을 할 수 있으며, 혜초와 난초는 향으로 피울 수 있으며, 종과 북은 하늘과 땅에 바칠 수 있으니 진귀하지 않으며 중요하지 않은가. 마른 나무처럼 침묵하고 배우와 같이 말하는 것을 나는 보고 싶지 않다. -신흠(申欽, ..

[고전산문] 군자와 소인의 차이

다스려지는 세상이라고 해서 소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다스려지면 소인이 마음대로 하지를 못하고, 어지러운 세상이라고 해서 군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군자가 뜻을 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군자가 소인을 다스릴 때는 항상 여유를 두기 때문에 소인이 틈을 엿보다가 다시 일어날 수 있지만, 소인이 군자를 해칠 때에는 늘 참혹하게 하기 때문에 하나도 남김없이 멸절되고 만다. 그러다가 쇠퇴한 세상이 되고 보면, 소인을 제거하는 자도 곧 소인으로서 하나의 소인이 물러나면 다른 소인이 나아오니, 이기고 지는 자들 모두가 소인일 따름이다. 군자는 진출했을 때의 모습이 물러가 있을 때와 같은 데 반하여, 소인은 물러가 있을 때의 모습이 진출할 때의 그것과 같다. 군자는 말을 할 때의 모습이 침..

[고전산문] 다스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장차 어지러워지려고 할 때는 다스리기가 어렵고 이미 어지러워진 뒤에는 다스리기가 쉽다. 장차 어지러워지려고 한다는 것은 위에서는 방자하여 경계할 줄을 모르고 아래에서는 아첨만 하고 바로잡을 줄을 모르므로 한없이 흘러가기만 하고 휩쓸려 나아가기만 할 뿐이다. 그러므로 비록 성인의 지혜가 있다 하더라도 그 무너져가는 형세를 막을 수 없으며 비록 뛰어난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도랑을 막을 수 없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말하면 요망한 말이라고 하고 일을 당하여 말하면 헐뜯는 말이라고 하며, 총애한 사람을 논하면 모함한다고 물리치고 은폐된 간악을 논하면 곧은 이름을 얻으려 한다고 물리치며, 당연히 옳다고 해야 할 것을 옳다고 하면 옳지 않다고 하면서 반드시 자기가 옳게 여기는 것으로 옳다고 하고, 당연히 그르다..

[고전산문]참과 거짓의 분별

흰 것을 희다고 한 것은 참이고 흰 것을 검다고 한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린아이도 즉시 알 수 있으나 소경은 알 수 없고, 쇠북(종)을 쇠북이라고 한 것은 참이고 쇠북을 경쇠(방울)라고 한 것은 거짓이다. 그 참과 거짓은 어리석은 사람도 곧 분변하지만 귀먹은 자는 알 수 없는데, 가린 바가 있기 때문에 현혹되는 것이다. 작게 가려지면 작게 현혹되고 크게 가려지면 크게 현혹되는데, 작게 가려진다는 것은 흑백 또는 쇠북(종)과 경쇠(방울)의 유(類)이며, 크게 가리려진다는 것은 천하 국가의 기틀이다. 어진이를 간사하다고 하고 간사한 사람을 어질다고 하는 것이 거짓이니, 흰 것을 검다 하고 쇠북을 경쇠(방울)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임금이 더러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데 심하면 왕망(王莽)..

[고전산문] 무덤을 파헤치는 것보다 더 매서운 것

선비란 뜻을 고상하게 가지며, 배움을 돈독하게 하며, 예절을 밝히며, 의리를 지니며, 청렴을 긍지하며,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인데 또한 세상에 흔하지 않다. 선비로서 선비의 행실을 가진 자를 유(儒)라고 하는데 공자(孔子)께서 이른바 ‘유행(儒行)’이 바로 이것이다. 옛날의 유자(儒者)들은 둥근 관을 써서 하늘을 본받고 모가 난 신을 신어 땅을 본받고 구슬을 차 과단을 본받고 일마다 반드시 상(象, 정해진 법칙, 규례)을 따르는데 상(象)은 도(道, 도덕, 도리, 이치)에 어긋나지 않는다. 수사(洙泗)의 저작*과 염락(濂洛)의 저술*은 물론 논할 것이 없지만 그 밖에 직하 선생(稷下先生 전국 시대 제 나라 사람)처럼 호방한 변론과 이야기로 사물에 적응하여 규각을 드러내지 않고 방자 방종하면서 남을 비웃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