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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마음 속에 축적된 것이 글로 표현된다 / 이지(이탁오)

세상의 정말 글 잘하는 사람은 모두가 처음부터 문학에 뜻을 둔 것은 아니었다. 가슴속에 차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괴이한 일들이 무수히 고여 있고, 그의 목구멍에는 말하고 싶지만 감히 토해낼 수 없는 말들이 걸려있다. 입가에는 또 말로 꺼내놓고 싶지만 무슨 말로 형용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것이 허다하다. 그런 말들이 오랜 세월 마음속에 축적되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형세가 된다. 그리하여 일단 멋진 풍경을 보면 감정이 솟구치고, 눈길 닿는 사물마다 절로 탄식이 흘러나온다. 다른 사람의 술잔을 빼앗아 자신의 쌓인 슬픔에 부어넣게 되고, 마음속의 울분을 하소연하거나 천고의 기박한 운명에 대해 한탄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쏟아져 나온 옥구슬 같은 어휘들은 은하수에 빛나며 회전하는 별들처럼 하늘에 찬..

[고전산문]따라 짖는 개 / 이지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나는 공자를 존경한다. 하지만 공자에게 구체적으로 존경할 만한 어떤 점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저잣거리의 난장에서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광대놀음을 구경하려 애쓰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놀음은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남들이 하는 대로 덩달아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이처럼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진실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대었던 것과 다름없었던 까닭이다. 행여 남들이 짖는 까닭을 내게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멋쩍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이제야 비로소 공자를 제대로 이해했다. 이제 더 이상 예전..

동심설(童心說)-이지(李贄)

동심설(童心說)(龍洞山人)은 그의 서상기(西廂記) 끝 부분에서 말하기를, "뭔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대저 동심이란 진실한 마음이다. 만약 동심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는 진실한 마음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된다.무릇 동심이란 거짓을 끊어버린 순진함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처음 갖게 되는 본심을 말한다. 동심을 잃게 되면 진심이 없어지게 되고, 진심이 없어지면 진실한 인간성도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이 진실하지 않으면 최초의 본래의 마음을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것이다.어린아이는 사람의 처음 모습이며, 동심은 마음의 처음 모습이다. 대저 최초의 마음이 어찌하여 없어질 수 있는 것이며, 그리고 동심은 왜 느닷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 원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