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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사람이 개만도 못한 점 / 성대중

사람이 짐승만 못한 점이 많다. 짐승은 교미하는 데 때를 가리지만 사람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짐승은 같은 무리가 죽은 걸 보면 슬퍼하지만 사람은 남을 죽이고도 통쾌히 여기는 자가 있고, 간혹 남의 화를 요행으로 여겨 그 지위를 빼앗기도 하니 짐승이라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 화가 되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개는 사람이 뒷간에 올라가는 것을 보면 곧바로 몰려들어 사람이 대변보기를 기다렸다가 재빠른 놈은 먼저 달려들고 약한 놈은 움츠린다. 화가 나면 서로 물어뜯고 즐거우면 서로 핥아 대기도 하는데 다투는 것은 오직 먹이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들 추하게 여겨 비웃지 않겠는가. 그러나 사람이 밥그릇을 다투는 것도 개와 다를 바가 거의 없으니, 엄자릉(嚴子陵 엄광(嚴光))*이나 소 강절(邵康節)*이 살아..

[고전산문] 재주와 재능만으로 사람됨을 알 수 없다

소인 중에는 재주가 몹시 뛰어난 자가 많아 군자도 혹 그만 못하다. 당나라의 소인으로는 이임보(李林甫), 노기(盧杞)만 한 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임보의 지략은 안녹산(安祿山)도 두려워하는 바였으니, 이임보가 죽지 않았더라면 안녹산은 틀림없이 반역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기가 덕종(德宗)에게 인정을 받은 것은 괵주(虢州)의 돼지 때문이었으니, 그의 말은 참으로 재상의 기국이 있었다. 송나라는 소인들이 모두 재주 있는 자들이었다. 정위(丁謂)가 조회하러 들어가자 진종(眞宗)이 크게 진노하여 어떤 이에게 심한 벌을 내리려 하였으나, 정위는 묵묵히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진종이 그 까닭을 묻자 정위가 차분하게 대답하기를, “천노(天怒)가 진동하실 때에 신이 한마디 보탰다가는 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박살이 날 ..

[고전산문] 사지백체가 서로 높음을 다투다

머리가 발꿈치에게 그 높음을 자랑하여 말하기를, “온몸이 나를 높이고 그대는 또 몸의 아랫부분이니, 그대는 나의 종이 아닌가?” 하자, 발꿈치가 말했다. “그대는 하늘을 이고 있고 나는 땅을 밟고 있으니, 그대는 오히려 이고 있는 것이 있지만 나는 땅을 밟고 있으면서도 감히 무시하지 않는데, 그대는 어찌 홀로 스스로를 높이는가? 온몸이 그대를 높이는 것은 내가 받들어 주기 때문인데, 나의 공(功)을 잊고 도리어 나를 천대한단 말인가? 그대가 높은 것을 자랑한다면 그대 또한 아래에 있을 때가 없겠는가?” 이 말을 들은 머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입이 항문을 꾸짖어 말하기를, “나는 밥을 먹고 그대는 더러운 것만을 배설하니, 그대와 한 몸인 것이 나는 실로 부끄럽다.”하자, 항문이 말했다. “그대에게..

[고전산문] 올바른 본성에 맞게 사는 일

모든 물건은 속이 다 채워져 있는데 뱃속만은 비어 있어서 먹은 뒤에야 채워진다. 그런데 반드시 하루에 두 번은 먹어야 하니, 아침에 채워 넣은 것은 저녁이면 비고 저녁에 채워 넣은 것은 아침이면 비게 된다. 부드러운 것이나 딱딱한 것이 모두 뱃속으로 들어가니, 독해서 먹지 못하는 것은 약으로 만들어 병을 치료한다. 이것저것 아무거나 먹어서 세상의 재앙이 되니, 그 발단이 되는 것은 배만 한 것이 없다. 그러나 조물주가 세상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실로 여기에 달려 있으니, 이것이 없다면 하늘이 어떻게 사람을 제어할 수 있으며 임금이 어떻게 백성을 부릴 수 있겠는가. 열자(列子)가 말하기를, “사람이 입고 먹지 않으면 군신 간의 도가 종식된다.” 하였으니 어찌 군신 간뿐이겠는가. 오륜의 도도 아울러 종식..

[고전산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폐단과 군자삼계(君子三戒)

안숙화(安叔華 안석경(安錫儆))가 말하기를,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인(仁)의 폐단이고, 잔인하고 각박한 행동은 의(義)의 폐단이고,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은 예(禮)의 폐단이고, 권모술수는 지(知)의 폐단이고, 고집스럽고 편벽된 행동은 신(信)의 폐단이다.” 하였다.(옮긴이 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란 사람이 항상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道理(도리), 즉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직함을 뜻한다. 이것을 오상(五常)이라고 한다.) 군자는 남의 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소인은 남의 악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현달한 사람은 항상 남도 현달하기를 바라고 곤궁한 사람은 항상 남도 곤궁하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듣기를 좋아하고 용렬한 사람은 남의 단점..

[고전산문] 내가 옳다는 마음을 갖지 말라

사람의 얼굴을 관상(觀相)하는 것은 사람의 말을 들어 보는 것만 못하고, 사람의 말을 들어 보는 것은 사람의 일을 살펴보는 것만 못하고, 사람의 일을 살펴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만 못하다. 자그마한 은혜와 임시방편적인 정치는 군자가 잘할 수 없고, 자신을 뽐내는 행동과 너무 지나친 논의는 군자가 하지 않는다. 나약은 어진 것처럼 보이고, 잔인은 의로운 것처럼 보이며, 탐욕은 성실한 것처럼 보이고, 망언은 강직한 것처럼 보인다.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명예를 구하고, 명예를 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익을 탐한다. 안숙화(安叔華 안석경(安錫儆) )가 말하기를,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인(仁)의 폐단이고, 잔인하고 각박한 행동은 의(義)의 폐단이고,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

[고전산문]개한테 큰 절을 올리다

금강산의 어떤 중이 탁발(托鉢)을 하다가 북쪽 지방에 들어가 보니, 북도(北道 함경도) 사람들은 신분의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노끈을 얽어 만든 갓에 개가죽 옷을 입고 있었다. 중이 처음에는 양반에게는 절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자 그들을 똑같이 대했으나 사람들 역시 그를 꾸짖지 않았다. 마침 모임이 있는 곳을 지나다가 술통을 치며 동냥을 하는데, 무리 중에 옷차림이 조금 나은 자가 술에 취해 상석(上席)에 앉아 있었다. 그는 중이 자기에게 따로 절하지 않은 데 분노하여 잡아다가 꾸짖고 매를 치려 하였다. 이에 중은 싹싹 빌며 사죄하였고, 여러 사람들까지 말려 준 덕에 매질을 면하였다. 상석에 앉은 자는 좌중을 돌아보며 웃고는 의기양양하게 중을 불러 술을 주며 말했다. “네가 남쪽에서 왔으니 나와 조금은 말상..

[고전산문] 그러고도 군자인가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 남에게 오만하게 굴면서 남이 공손해 주기를 바라고, 남에게 야박하게 하면서 남이 후하게 해 주기를 바란다면 세상에 이런 이치는 없으니, 이것을 강요하면 화가 반드시 이른다. 자기가 잘못을 저질러 놓고서 남이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자기가 일을 망쳐놓고서 남이 질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걸주의 포악함으로도 하지 못하는데 필부가 할 수 있겠는가. 그러고도 군자인가 인자(仁者)는 자신이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 주고 자신이 영달하고자 하면 남을 영달하게 한다. 요즘 군자는 이와 달라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는 반대로 한다.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이 서는 것을 저지하고 자기가 영달하고자 하면 남의 영달을 막아서 남을 해칠 뿐만 아니라 천도까지 어긴다. 그리하여 사람과 하늘이 모두 그를 미워..

[고전산문] 지나치게 참으면 병이 된다

「지나치게 말을 조심하고 참기만 하는 자는 반드시 마음의 병을 부른다. 정승 김약로(金若魯)가 좋은 예이니, 김약로는 그의 형 김취로(金取魯)가 망언을 많이 하는 것을 근심하여 말을 참기만 하다가 끝내 마음의 병이 생겼다. 대체로 사람이 한평생 쓰는 것은 배운 힘이 아니면 마음의 힘이다. 마음의 힘이 넉넉하면 참으로 좋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반드시 배운 힘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배움이 마음을 수양하기에 부족한데 마음을 지나치게 쓰면 반드시 병이 되니, 말도 한결같이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속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게 되니 어찌 참는다고 되겠는가? 요컨대 남의 단점을 지나치게 말하지도 말고 남의 장점을 과장되게 말하지도 말되, 칭찬은 많이 하고 질책은 적게 할 뿐이다. 완사종(阮嗣宗..

[고전산문] 지극한 공경은 꾸밈이 없고 큰 음악은 소리가 없는 법

지혜는 막힐 때가 있고, 재주는 다할 때가 있고, 도의는 잃을 때가 있고, 명예는 훼손될 때가 있다. 나에게서 나온 것도 이러한데 더군다나 밖에서 이른 것이겠는가? 도덕을 지닌 사람은 항상 남과 소원하고, 사리에 통달한 사람은 항상 세상과 소원하다. 교만과 인색은 다 나쁜 점이다. 그러나 하늘은 인색보다 교만을 더 미워한다. 천하에 믿을 만한 것이 없고 오직 부지런함과 삼감을 믿을 만하다. 그러나 자신이 삼간다고 믿으면 벌써 삼가는 것이 아니고, 부지런하다고 믿으면 도리어 재앙이 된다. 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존경하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모욕한다. 의리를 바르게 행하고 도를 밝히는 사람은 공리(功利)가 절로 찾아오지만, 공을 계산하고 이익을 꾀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