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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우당기(六友堂記): 지조를 변치 않는 것들과 벗하다

한산(寒山) 어른 송계신보(宋季愼甫)가 나와는 내외종(內外從)이 된다. 내가 일찍이 그 집에 가보니, 뒤로는 감악산(紺嶽山)을 등지고 앞으로는 큰 들을 임하여 초막집을 한 채 얽어 한가히 휴식하는 곳으로 삼았었다. 그 당명(堂名)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말하기를, “내가 ‘취한(就閑)’이라 이름하려고 하는데, 미처 써붙이지 못했다.”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한(閑, 고요하고 한가함)은 본디 이 당(堂)이 소유한 것이거니와, 우리 형은 나이 70세가 넘어 하얀 수염에 붉은 얼굴로 여기에서 즐기며 바깥 세상에 바랄 것이 없으니, 어찌 아무 도와주는 것 없이 충분히 그 운취를 누릴 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보건대, 당 한편에 애완(愛玩)하여 심어놓은 것들이 있으니, 바로 대[竹]와 국화[菊]와 진송(..

귀에다 대고 말하는 까닭

내가 이르기를, “이자현(李資玄, 1061∼1125)으로 말하면 능히 세리(勢利)의 길에 초연하여 몸을 운수(雲水)에 의탁하고 거기에서 일생을 마쳤던 것이다. 퇴계(退溪)는 그를 위해 억울함을 밝혀 주고 그 사실을 영탄(咏嘆, 노래나 시를 지어 탄식함)했으며, 열경(悅卿, 김시습)은 국가 위난을 평정한 세상에서 임금을 섬기지 않았던 뜻을 높이 샀는데, 사실은 동방(東方)의 백이(伯夷)인 것으로, 그의 청고한 풍도와 모범을 남긴 행위는 백세의 스승이 되기에 족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번 길에 그 유적지를 찾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다만 내가 탄 말이 걸음이 더디고 바탕이 둔해서 외삼촌을 따라가야겠기에 마음대로 못하겠네.” 하고, 서로 말이 나쁘다고만 탓했다. 내가 웃으면서, 재상 상진(尙震,1493 ~1..

비슷하면서 진짜는 아닌 것

보원이 하는 말이, "금년 봄부터 큰 새가 어디에서 왔는지 몰라도 산 속에 날아다니고 있는데 생김새는 야학(野鶴) 모양이고 목이 길고 꼬리는 검고 다리는 적색이고 몸은 껑충한데,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면 반드시 제 몸을 돌려가며 보여주고 소리는 학의 소리를 낸다. 아마 선학(仙鶴)인 것으로 지금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 산 속 어딘가에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학은 우는 소리가 길고 맑아서 하늘에까지 들린다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시경》에서도, ‘학이 구고에서 우니 그 소리 하늘에까지 들리네’ 했고, 옛날 기록에도 역시 ‘난새와 봉황은 함께 무리 짓고 반드시 지대를 골라서 날며 때가 돼야 울기 때문에 그래서 선금(仙禽)이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

언설(言說): 해서는 안될 말 4 가지

옛날의 도리는 말을 적게 하는 것을 중하게 여겼다. 말이란 자신의 뜻을 표현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적게 하려고 하는 것이겠는가. 말할 만한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할 뿐이다. 따라서 자신을 과시하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矜己之言不可言), 남을 헐뜯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며(敗人之言不可言), 진실이 아닌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無實之言不可言), 바르지 못한 말은 말하지 않아야(非法之言不可言) 하는 것이다. 말을 하는 데 있어 이 네 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 적게 하려고 기필(期必,어떤 일을 꼭 이룰 것을 때를 정하여 약속함)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게 하게끔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이 말하기를, “군자(君子)의 말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말한다(不得已而後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