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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매화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에 대하여

박생 유준(朴生惟儁)이 자기는 매화를 사랑한다고 나에게 일찍이 말하였다. 그의 집 뜰에 매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날마다 북돋우고 물을 주면서 사랑하여 마지않았다. 그리고는 글을 지어 이 뜻을 기록해서 나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 말 중에 취할 만한 점이 없지도 않았다. 이에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대의 글이 좋기는 하다마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은 즉 매화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만 하였을 뿐이요, 사랑하게 되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에 대해서 한번 밝혀 볼까 한다. 대저 관상(觀賞)할 만한 꽃들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홍색, 황색, 자색, 백색의 아리땁고 고운 꽃들이 아름다움을 경쟁하면서 다투어 피어날 적에는 어느 것 하..

[고전산문] 뜻을 참되게 한다(誠意)는 것에 대하여

《대학》에 이르기를, “이른바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나쁜 냄새를 싫어하는 것처럼 하고, 좋은 색을 좋아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스스로 기꺼워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자기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인용 한자원문생략) ○ 그 뜻을 참되게 한다는 것은, 선을 행하고 악을 없애려고 하는 뜻을 한결같이 한다는 말이다. 그 뜻을 참되게 하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않는 것이라고 한 것은, 즉 성의(誠意)의 공부는 오직 자신을 속이는 일을 하지 않는 데에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스스로 속인다는 것은, 선인 줄을 알면서도 하려 하지 않고 악인 줄을 알면서도 하려 하는 것을 말한다. 선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대상이고..

[고전산문] 폐단을 구제하는 도리

(상략)무릇 폐단을 구제하는 도리로 말하면, 마치 의자(醫者)가 병을 치료할 때에 반드시 그 병근(病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찾아서 먼저 병마가 침노한 근본을 치료하고 병이 생기게 된 원인을 막은 뒤에 당시에 앓고 있는 증세를 치료해야만 병을 없앨 수 있고 나아가 몸의 기운을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대저 군역(軍役)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군인(軍人)의 숫자가 원래 적기 때문입니다. 군역은 모두 양인(良人)이 부담하는데, 옛날에는 양인의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마는, 지금에 와서는 양인이 매우 적어져서 읍(邑)마다 거주하는 백성 가운데 공천(公賤)과 사천(私賤)이 열에 팔 구를 차지하고 양인은 열에 하나나 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지금 매우 적기만 한 군인을..

[고전산문] 내 마음으로 남을 헤아려 판단해서는 안된다

무릇 내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판단하는 것이 가장 일을 해치는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이 의사(疑似,비슷하여 분간키 어려움, 긴가민가함)한 것만을 보고서 그 사람의 마음을 자기 혼자 헤아려 보고는 희로(喜怒)의 감정을 발한다면, 그 사람이 억울하다면서 원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대개 일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요소가 있다 해도 그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혹 있을 수 있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은 그가 일을 분명하게 요량하지 못해 일 처리를 잘못한 탓일 수 있으니 그의 마음이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그 마음을 헤아려서 화를 냈다지만, 만약 그의 마음이 실제로 그렇지 않다면 이 또한 억울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와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에는 무턱대고 ..

[고전산문]자송록(自訟錄)

나는 사람됨이 불민(不敏, 어리석고 둔함)해서 평소에 허물이 많다. 그런데 매번 허물을 지을 그 당시에는 그것이 허물인 줄을 알지 못하다가, 그 일이 지나고 난 뒤에야 알게 되고, 알고 나면 미상불 후회하곤 한다. 사람은 항상 허물을 짓고 난 뒤에야 고치게 마련이다. 대저 허물을 지을 때마다 반드시 그것을 깨닫고, 깨닫는 즉시로 뉘우친다면 그래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면 망각하게 되고, 망각하면 다시 똑같은 허물을 짓게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후로는 허물인 줄을 알고 나서 내심으로 자신을 꾸짖을 그때마다 곧바로 그 사실을 기록해 두고 성심으로 고쳐 보려고 하니, 이는 시간이 오래 흐르다 보면 그만 망각하고서 다시 똑같이 행동할까 두렵기 때..

[고전산문] 사람의 삶이란 여인숙의 나그네와 같은 것

(상략)...대개 몸의 동작과 언어는 밖으로 드러나는 반면 마음의 의욕(意欲)과 사려(思慮)는 안에 감추어져 있는데, 그 속에서 공(公)ㆍ사(私)와 천리(天理)ㆍ인욕(人欲)이 나누어진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요소가 서로 뒤섞인 채 다스려지지 못하면, 필연적으로 삿된 요소가 기승을 부려 바른 요소가 무너지게 되니, 이렇게 해서 결국은 소인(小人)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사욕(私欲)을 제거한 뒤에야 정리(正理)가 보존되는 것인데, 성문(聖門, 성인의 도)의 학문이 반드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닦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겠다...(중략) 대저 사람의 삶이란 여인숙의 나그네와 같은 것이다. 세간에 머무는 시간도 잠깐 동안에 지나갈 뿐이요, 일단 그 시간이 지나고 나..

[고전산문] 역사는 모두 살펴보아야 마땅하다

중국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는 모두 살펴보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반드시 경서(經書, 성현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 즉 사서오경(논어, 맹자, 대학 중용/시경, 서경, 역경, 예기, 춘추)을 의미) 공부를 통해서 얻은 것이 있은 뒤에야 사서(史書, 역사를 기록한 책)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경학(經學, 경서를 탐구하는 학문, 인간됨의 도리와 세상이치를 밝히는 학문)에 밝지 못할 경우에는 우리의 판단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을 보아도 부러워할 만한 것인지를 알지 못할 것이요, 악을 보아도 경계할 만한 것인지를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모든 역사책을 완전히 통달한다 하더라도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 세상에 모든 역사서를 널리 통하면서도 몸가짐이나 일 처리에 볼 만한 점이 없는 자가 ..

[고전산문] 사람의 큰 병통(病痛)

(상략) 오직 성인(聖人)만이 잘못을 범하는 일이 없으니, 성인(聖人)의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서는 잘못을 범하는 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다시 복구하면 그 잘못이 없어지기 때문에 좋게 되고 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복구할 경우에는 그 잘못이 이미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게 된 만큼, 복구해서 비록 선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게 된 일은 완전히 없애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서 곧바로 복구할 경우에는 그 잘못이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기 전에 고치는 것이라서 애당초 후회할 일이 있게 되는 것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크게 좋고 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서 곧바로 복구하는 것은 두뇌가 명철(明哲)하면..

[고전산문] 사람 품격의 세가지 종류

대저 사람의 선악(善惡)은 높고 낮은 정도가 천층만층이지만 대략 3품(品)으로 나눌 수가 있으니, 선(善)의 부류와 범(凡, 무릇 범, 평범, 보통)의 부류와 악(惡)의 부류가 그것이다. 선의 부류에도 허다한 계층이 있으니, 대체로 성인(聖人)이 있고 현인(賢人)이 있고 군자(君子)가 있고 선인(善人)이 있는데, 성인이 되고 현인이 되고 군자가 되고 선인이 된 사람들 역시 대소(大小)와 고하(高下)의 차이가 있다. 범(凡)의 부류에도 허다한 계층이 있으니, 선에 가까운 자도 있고 악에 가까운 자도 있는데, 그 가까운 자들 역시 얕고 깊은 정도의 차이가 있다. 대개 그들이 잘하는 일 가운데에는 볼 만한 점이 있기도 하나 그래도 범인의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또 어떤 일이 혹 범인의 수준을 능가하는 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