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고전산문] 옛사람의 찌꺼기

제나라 환공이 대청 위에서 책을 읽고 있을 때, 뜰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던 윤편이라는 목수가 망치와 끌을 놓고 올라와서 환공에게 물었다. “임금님께서 읽고 계신 것에는 무엇이 쓰여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환공이 말했다. “성인의 말씀이시다.” “성인은 살아 계신 분입니까?” “이미 돌아가신 분이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신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이겠습니다.” 이에 환공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것에 대해 수레바퀴나 만드는 자가 어찌 논의하느냐? 올바른 근거가 있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여버리겠다.” 윤편이 말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미루어 그것을 헤아린 것입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엉성히 깎으면 헐렁해져 견고하게 되지 않고, 꼼꼼히 깎으면 빠듯해져 서로 들..

[고전산문] 편리한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자공이 남쪽으로 초나라를 유람하고 나서 진나라로 돌아오다가, 한수 남쪽을 지나는 길에 한 노인이 채소밭을 돌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땅을 파고 우물로 들어가 항아리에 물을 퍼 들고 나와서 물을 주고 있었다. 힘은 무척 많이 들이고 있었으나 효과는 거의 없었다. 자공이 말을 걸었다. “기계가 있다면 하루에 상당히 많은 밭에 물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힘을 아주 적게 들이고도 그 효과는 클 것입니다. 왜 기계를 쓰지 않으십니까?” 노인이 머리를 들어 자공을 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자공이 말했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기계인데 뒤는 무겁고 앞은 가볍습니다. 손쉽게 물을 풀 수 있는데 빠르기가 물이 끓어 넘치는 것 같습니다.” 밭을 돌보던 노인은 성난 듯 얼굴빛이 바뀌었으나 잠시 ..

[고전산문] 안다고 하는 것이 모른다는 것일수도 있다.

설결(齧缺)이 왕예(王倪)에게 물었다. “선생께서는 모든 존재가 다 옳다고 인정되는 것에 대해서 아십니까?(만물이 각기 제나름대로 옳은 바가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선생께서는 선생이 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아십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그렇다면 모든 존재에 대해 앎이 없습니까?” 왕예가 대답했다. “내가 어떻게 그것을 알겠는가? 비록 그렇지만 시험삼아 말해보겠다. 내가 이른바 안다고 하는 것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으며, 내가 이른바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는가?” “또 내가 시험삼아 너에게 물어보겠다. 사람은 습한 데서 자면 허리병이 생기고 반신불수가 되는데, 미꾸라지..

[고전산문] 삶을 보양하는 방법: 아이처럼

“삶을 보양하는 방법이란 위대한 도 하나를 지니는 것이며, 자기 본성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衛生之經 위생지경 能抱一乎 능포일호 能勿失乎 능물실호). 점치는 것에 의해 자기의 길흉을 판단하려 들지 않아야 하고, 자기 분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能止乎 능지호), 인위적인 행위를 그만둘 수 있어야 합니다(能已乎 능이호). 남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자기를 충실히 지닐 수 있어야 합니다(能舍諸人而求諸己乎 능사제인이구제기호). 행동은 자연스러워야 하고, 마음은 거리낌이 없어야 하고, 아이처럼 순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는 하루 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그것은 자연과 지극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종일 주먹을 쥐고 있어도 손이 저리지 않는데 그것은 자연의 덕과 일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고전산문]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한다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원헌이 응하여 대답..

[고전산문] 진실됨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

삼가고 지켜서 결코 잃지 않는 것 황하의 신이 말했다.“어째서 도가 귀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를 아는 사람은 반드시 이(理)에도 통달해 있고, 이에 통달한 사람은 사물의 변화에 대한 적응에 밝다. 사물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밝은 사람은 사물에 의해 자신이 해를 받는 일이 없다. 지극한 덕을 지닌 사람은 불도 뜨겁게 하지 못하며, 물도 그를 빠져죽게 하지 못하며, 추위와 더위도 그를 해칠 수가 없고, 새나 짐승들도 그를 상하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가볍게 여긴다는 말은 아니다. 편안함과 위험을 살피고 화와 복 어느 것에나 안주하여 자기의 거취를 신중히 함으로써 아무것도 그를 해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르기를 자연을 그의 내부에 존재하게 하고, 인위적인 것은 밖..

[고전산문] 만물은 하나같이 가지런하고 평등한 것

황하의 신(河伯)이 말했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합니까? 저의 출처와 진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서 도대체 저는 어떻게 해야 됩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을 천히 여기겠는가? 이런 경지를 아무 구별이 없이 혼돈으로 통일된 상태인 반연((反衍)이라고 한다. 자기 뜻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도에 크게 어긋나게 된다. 도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을 적다하고 무엇을 많다 하겠는가? 이런 경지를 구별 없이 연결되는 상태를 말하는 사시(謝施)라 한다. 한편으로만 치우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즉 도에 어긋나게 된다. 엄격하기가 나라의 임금과 같아서 사사로운 은덕을 베푸는 일이 없어야 한다. 유유자득하기가 제사를 받는 ..

[고전산문]사물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황하의 신이 말했다. “사물의 외형이나 내면에 있어서 무엇을 기준으로 귀하고 천한 구분이 생기며, 무엇을 기준으로 작고 큰 구분이 생기는 것입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도(道)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물에는 귀하고 천한 것이 없다. 사물 자체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은 귀하고 남은 천한 것이다. 세속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귀하고 천한 것은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이 정하는 것이다.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어느 것에 비하여 크다는 입장에서 말하면 만물 중에 크지 않은 것이 없게 되며, 어느 것에 비하여 작다는 입장에서 보면 만물 중에 작지 않은 것이 없게 된다. 하늘과 땅도 큰 것과 비교를 하면 작은 풀 씨 한 알 정도로 생각될 수 있고, 털끝도 작은 것과 비교하면 큰 산 정도로 생각될 ..

[고전산문]세상 만물은 인간의 지혜로 그 크기와 량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

황하의 신이 말했다. “하늘과 땅을 크다고 하고, 털끝은 작다고 할 수도 있습니까?” 북해의 신이 말했다. “아니다. 사물이란 양이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고, 각자의 분수는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며,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위대한 지혜를 지닌 사람은 먼 것과 가까운 것을 똑같이 본다. 그래서 작은 것이라 무시하지 않고, 큰 것이라 대단히 여기지 않는다. 사물의 양이란 무궁하여 한정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과 현재를 분명히 알고 있기때문에 오래 산다 해도 교만하지 않고, 생명이 짧다 해도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다. 시간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다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것이 가득찼다가도 텅비..

[고전산문] 우물안 개구리와 여름벌레

가을이 되면 모든 냇물이 황하로 흘러든다. 그 본 물줄기는 넓고도 커서 양편 물가의 거리가 상대편에 있는 소나 말을 분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황하의 신인 하백(河伯)은 몹시 기뻐하며, 천하의 아름다움이 모두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백은 강물의 흐름을 따라 동으로 가서, 마침내 북해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 곳에서 동쪽을 바라보았지만 물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황하의 신은 비로소 그의 얼굴을 돌려 북해의 신인 약(若)을 우러러 보았다. 그리고 탄식하며 말했다. “속담에 이르기를, '백가지 도리를 알고는 자기 만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다'(聞道百以爲莫己若者 문도백이위막기약자)고 하였는데, 저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일찍이 공자의 학식과 견문을 낮게 평가하고 백이의 절개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