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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태도와 행동 / 소식

세상에서 가장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다. 일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말을 하니 미처 생각할 틈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생각하면 그 일은 발생하지 않고, 일이 발생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늦다. 나는 일생 이와 같아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를 모른다. 마음속에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괴롭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자가 선(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고, 불선(不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역겨운 악취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럴진대 일에 직면해서야 비..

[고전산문]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옛날 한(漢)나라의 적공(翟公)이 정위 벼슬을 그만두자, 찾아오는 손님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 뒤에 다시 벼슬을 하자 손님들이 다시 찾아오려 하였다. 이에 적공은 그의 집 대문에 이렇게 크게 써 붙였다.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어 보아야만(一死一生일사일생) 사귀던 정을 알 수가 있고(乃知交情 내지교정), 한 번 가난해졌다 한 번 부해져 보아야만(一貧一富 일빈일부) 사귀던 실태를 알 수가 있고(乃知交態 내지교태), 한번 귀한 자리에 있었다가 한 번 천한 신분이 되어보아야(一貴一賤 일귀일천) 사귀던 정이 드러나게 된다(交情乃見교정내현).” 세상에서는 이것을 이야기거리로 삼았었다. 그러나 나는 일찍이 적공의 사람됨을 천박하게 보았다. 이런 까닭에 적공을 찾았던 손님들도 하나같이 비루하고 용렬하기는 하나 적공이 ..

[고전산문]술을 마시다(飮酒)

我不如陶生 나는 도연명보다 못해서世事纏綿之 세상 살아가는 일에 늘 얽매여 있네云何得一適 어떻게 한번이라도 훌훌 털어내고亦有如生時 도연명처럼 살 수 있을까村田無荊棘 한 뙈기의 밭이라도 잡초가 없다면佳處正在玆 그곳이 바로 좋은 곳從心與事往 마음을 따라서 세상 일을 하며 살아도所遇無得疑 마주치는 것마다 더 이상 의심치 않을 것을.偶得酒中趣 가끔은 술 마시는 즐거움이라도 있어空杯亦常持 빈 술잔이나마 들고 다닌다네 -소식(蘇軾) 漢詩, '술을 마시다(飮酒)', 全文*『蘇東坡詩集권35 '和陶飮酒二十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