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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오영잠(惡盈箴):스스로 교만을 경계하는 글

내가 지난 겨울에 역(驛)에 온 뒤로 정신이 편안해지면서 기력이 나아져 예전보다는 몸과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게 되었으므로, 나 자신도 꽤나 다행으로 여긴 나머지 간혹 가까운 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떠벌리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두풍(頭風)을 앓아 하루가 넘도록 그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으므로, 기괴하였다 마치 귀신이 엿보고 있다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까지 22년을 살아오는 동안, 제대로 이루어진 일이 하나도 없었고 하루도 몸이 편한 날이 없었다. 그동안 조금 계교(計較:사물이나 진리나 사람에 대해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비교하는 것)를 하다가 다행히 이루어질 희망이라도 있을라 치면, 그때마다 번번이 낭패를 당해 쓰러지고 고통스러..

[고전산문]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자기를 잃어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

나무는 이 세상에 나올 때부터 그 본성이 곧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떻게 막을 수도 없이 생기(生氣)가 충만한 가운데 직립(直立)해서 위로 올라가는 속성으로 말하면, 어떤 나무이든 간에 모두가 그렇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하늘 높이 우뚝 솟아 고고(孤高)한 자태를 과시하면서 결코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는 오직 송백(松柏)을 첫손가락에 꼽아야만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나무들 중에서도 송백이 유독 옛날부터 회자(膾炙)되면서 인간에 비견(比肩)되어 왔던 것이다. 어느 해이던가 내가 한양(漢陽)에 있을 적에 거처하던 집 한쪽에 소나무 네다섯 그루가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몸통의 높이가 대략 몇 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태에서, 모두가 작달막하게 뒤틀린 채 탐스러운 모습을 갖추고만 있을..

[고전산문] 두실기(斗室記): 독서의 대요는 숙독과 사색에 있다

나의 사제(舍弟)인 재(材)가 상산현(常山縣) 두곡(斗谷)에 우거(寓居)하면서, 그 집의 서북쪽으로 매우 비좁은 공간이나마 맑은 정취가 우러나는 그윽한 곳을 택하여, 세 칸의 방을 만들고 띠풀로 지붕을 덮는 등 간소하게 집을 짓고는, 연거(宴居)하며 독서하는 곳으로 삼았기에, 내가 그 집의 이름을 두실(斗室)이라고 지어 주었다. 그렇게 이름을 지은 까닭은, 대개 민간에서 모난 형태의 협소한 집을 두실(斗室)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발음할 때 곡(谷)을 ‘실’이라고 하기 때문에 그가 사는 곡(谷)의 지명에 착안하여 실(室)이라고 이름 붙인 것이니, 이 또한 간단한 방식을 채택하여 이름 지은 것이라고 하겠다. 세상을 떠난 나의 벗 임무숙(任茂叔 무숙은 임숙영(任叔英)의 자(字)임)이 일찍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