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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이상적인 글쓰기 / 벤 야고다

글쓰기에서 가장 유명한 세 가지 좌우명이 있다. 그중 하나는 "Kill your darlings"다. 이 문장은 일반적으로 작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와 여러 다른 작가들에 의해 알려졌다. 이러한 감상(感想)은, 원래 20세기 초반 작가 아서 퀘일러 코치(Sir Arthur Quiller-Couch)가 쓴 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아주 뛰어나게 훌륭한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전심전력을 다하여 그 충동에 복종해라. 그리고 원고를 보내기 전에 그러한 충동에 사로잡혀 쓴 문장들을 삭제해 버려라. 'Murder your darlings.'" (※옮긴이 주: 개인적인 취향에서 나오는 충동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글에 개입시키지 말라는 의미.) 이 말의..

[에세이]나쁜 글쓰기의 근원/ 스티븐 핑커

The Source of Bad Writing -The 'curse of knowledge' leads writers to assume their readers know everything they know ('지식의 저주'는 글쓰는 사람들을, 자신들이 아는 모든 것을 그들의 독자들이 알고 있다고 여기도록 이끈다) 왜 이토록 많은 글들이 그렇게도 나쁜가? 정부기관의 공문서나 학술 기사, 혹은 무선 홈 네트워크 설치 지침서 등과 같은 글들이, 이해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이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설명은, 모호하고 불투명한 산문이 의도적으로 선택된 결과라는 것이다. 정부 관료들은 그들 내부의 진짜 속사정을 덮기 위해 두리뭉실하게 횡설수설 하기를 고집한다. 남다른 행색의 전문 작가들은, 그들..

[고전산문] 섬김의 세 등급 / 최한기

재물로 남을 섬기는 것은 하등(下等)이요, 일로 남을 섬기는 것은 중등(中等)이요, 도리로 남을 섬기는 것은 상등(上等)이니, 남 섬기는 것을 보아서 그 사람됨을 볼 수 있다. 남을 섬기는 것은 결국 남을 위해서 섬기는 것이 아니고 실은 자기를 위해서 남을 섬기게 되는 것이다. 먼저 노력을 들이고 뒤에 성과를 얻는 것은 인도(人道, 사람됨의 도리)의 당연함이요, 겸손과 공손한 태도로써 남에게 굽히는 것은 사세(事勢, 일이 되어가는 상황 혹은 형편)의 순탄한 바이다. 도리로 섬기거나 일로 섬기지 않고 오직 재물로만 남을 섬긴다면 뇌물이 성행하게 되고 사특한 길이 트이게 된다. 남을 섬기는 자는 그 소원을 얻기 위해서요, 섬김을 받는 자는 남에게 매수된 바 되므로, 자기만이 그릇될 뿐 아니라 또한 남으로 하..

[고전산문]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 / 최한기

바른 것을 해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사악(邪惡)으로 몰고 자신은 정당하다고 자처(自處)하며, 나아가 동류를 불러모으기를 입김을 불러모아 산을 움직이고 모기 소리를 모아 천둥을 이루듯 한다. 비록 상대가 정당한 것을 알아도 기어코 마멸(磨滅, 갈려서 닳아 없어짐)하려 하고, 자신이 정당치 않은 것을 알면서도 반드시 옛 일을 증거로 끌어댄다. 민간의 포폄(褒貶, 시비의 선악을 가려서 칭찬하거나 나무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후세의 시비를 생각하지 않으며, 목전의 승부로 사생(死生)을 겨루고 도당을 옹호하고 기치(旗幟, 어떤 목적을 위하여 내세우는 태도나 주장)를 세우는 것으로 상공(上功)을 삼아, 민심(民心)에 거슬리면 천토(天討, 왕의 군대가 직접 나서서 처단하고 토벌함)의 벌을 받고 바른 사람을 해치는 것..

[고전산문] 배움이란 무엇인가 / 정약용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이라는 것은 깨닫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깨달음이라는 것은 그릇된 점을 깨닫는 것이다. 그릇된 점을 깨닫는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바른 말에서 깨달을 뿐이다. 말을 하는 데 있어서, 쥐를 가리켜 옥덩이[璞, 옥돌 박]라고 말하였다가 이윽고 이를 깨닫고서 말하기를 ‘이것은 쥐이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다.’ 하고, 또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말하였다가 이윽고 이를 깨닫고서 말하기를 ‘이것은 사슴이다. 내가 말을 잘못하였다.’ 한다. 그리고 이미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나서 부끄러워하고 뉘우치고, 고쳐야만 이것을 배움이라 하는 것이다. 자기 몸가짐 닦는 것을 배우는 사람은 ‘악한 일은 아무리 작아도 하지 말라.’ 하는데, 글 짓는 것을 배우는 사람도 악한 일은 아무리..

[고전산문] 심은대로 거두기 마련이다 / 이익

(...)요즘 어떤 경전(經典)을 읽고 있습니까? 지난번 그대에게 《주자대전(朱子大全)》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말라고 권고를 했는데 얼마 후 그렇게 말한 것을 다시 후회했습니다. 주자서(朱子書)를 읽는 것 역시 유보해서는 안 됩니다. 다만 성인의 경전은 읽지 않고 지엽적인 책만 보면서 근본적인 것을 놓치고 있는 시속(時俗)을 염려한 것입니다. 지금의 《주자서절요(朱子書節要)》는 매우 훌륭한 책입니다. 그 밖에도 《주문작해(朱文酌海)》와 《절작통편(節酌通編)》이 있어 빠진 내용을 매우 많이 보충하여 거의 물 샐 틈이 없을 정도로 내용을 잘 갖추고 있으므로 굳이 주자의 문집(文集) 전체를 다 읽어서 남을 이겨 보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일입니다. 온 마음을 다해 시속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식 자랑으로 남들에..

[고전산문] 배움(學)의 두 측면 / 이익

별지를 받고서 질문의 깊이와 득실을 따지지 않고 자세히 그 내용을 살펴보았더니 생각의 치밀함에 감탄하였습니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學)’이란 본받는다〔效〕는 의미입니다. 저 사람에게 아는 것이 많아서 내가 쫓아가 그의 지식을 본받는 것은 마음의 측면에서 ‘학(學)’을 말한 것입니다. 저 사람에게 터득한 것이 많아서 내가 쫓아가 그의 행동을 본받는 것은 몸의 측면에서 ‘학(學)’을 말한 것입니다. 바야흐로 어떤 일을 본받을 때는 반드시 마음의 힘〔心力〕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것 또한 ‘행(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독서(讀書)를 예로 들면, 책 속에 이미 그 의미를 전술(傳述)해 놓았으므로 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는 것은 마음의 ‘습(習)’이요, 의미를 이해한 다음에 끊임없..

[고전산문]뜻이 분명하고 정확한, 올바른 글쓰기 / 유협

관중(管仲)은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는 것은 소리요 뿌리가 없어도 자리를 잡는 것은 정(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실제로 소리는 날개를 빌지 않아도 쉽게 날아다니고, 정(情)은 뿌리를 기다리지 않고도 마음에 자리잡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즉 문장을 지음에 어찌 소홀히 할 것이며,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예로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문인들은, 시대는 각기 달라도 고심하여 글을 지음에는 서로 실력을 능히 견줄만 했다.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문인은 문장의 명쾌함과 신속함이 두드러지고, 사려 깊은 문인은 문장의 섬세함과 치밀함이 남달랐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 능력은 자칫하면 치우치기 쉽고 두루 원만하기가 어려운 까닭에, 흠이나 결점이 없는 온전한 사람은 드물다. 조식(曺植)의 문장은 ..

[고전산문] 문체(文體)의 8 가지 풍격(風格) / 유협

감정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언어가 형성되고, 이성의 발동으로 문장이 구현된다. 이는 감정과 이성이 마음의 깊은 내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그 내용이 바깥으로 드러나 서로 부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재능으로 따지자면 평범한 사람과 비범한 사람이 있고, 기질을 논한다면 강건한 사람과 유약한 사람이 있다. 배움의 학식으로 따지면 식견이 천박한 사람과 깊고도 넓은 사람이 있다. 태도나 습관으로 따지자면, 방정하고 단아한 사람과 속되고 비열한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각 사람의 성정(性情)으로부터 조성되고, 관습과 풍습 등의 문화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체험적으로 몸에 배인 것이다. 이렇듯 문학작품들은 뜬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하고도 다양하며, 문체(文體)의 특징 또한 변화무쌍한 파도..

[고전산문] 함께 시를 논할 만하구나 / 논어

자공(子貢)이 물었다. “가난하면서도 아첨함이 없고, 부유(富裕)하면서도 교만함이 없으면 어떻습니까?” 자(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괜찮으나 가난하면서도 도(道)를 즐기고, 부유하면서도 예(禮)를 좋아함만 못하다.” 자공(子貢)이 말하였다. “≪詩, 시경≫에 ‘끊은 것 같고 간 것 같으며 쪼은 것 같고 연마(硏磨)한 것 같다.’고 하였으니, 이를 이른 것입니까?” 자(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 자공)야 비로소 함께 시(詩)를 논할 만하구나. 너에게 왕(往, 지나간 일 貧而樂 富而好禮)을 일러주니 래(來, 앞일 切磋琢磨)를 알았구나.” [소(疏, 주석)] ○정의왈(正義曰):이 장은 빈자(貧者)나 부자(富者)나 모두 도(道)를 즐기고 자신을 수양(修養)해야 함을 말한 것이다. 재물(財物)이 궁핍한..

[고전산문]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 명심보감

스스로 믿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믿나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와 같은 적국 사이라도 형제와 같이 될 수 있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자는 남도 또한 자기를 의심하니 자기 외에는 모두 적국(敵國)이다. 사람을 의심하거든 쓰지 말고, 사람을 쓰거든 의심하지 마라. 《풍간》에 말하였다. “물 바닥의 고기와 하늘가 기러기는 높이 하늘에 뜬 것은 쏘아 잡고, 낮게 물속에 있는 것은 낚아 잡을 수 있거니와, 오직 사람의 마음은 지척간에 있음에도 이 지척간에 있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 범을 그리되 껍데기는 그릴 수 있으나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알되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은 천산(千山)을 격해 있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

[고전산문] 글을 쓰는 일 / 안씨가훈

심약(沈約)이 말했다. “문장은 마땅히 삼이(三易, 쉬운 것 세가지)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 첫째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易見事), 둘째는 글자를 쉽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하며(易識字), 셋째는 낭독을 쉽게 할 수 있어야(易讀誦) 한다.”(※옮긴이 주: 독통(讀誦)은 그냥 단순한 읽기가 아니라, 소리내어 읽음으로써 외우는 것을 의미한다.) 글을 쓰는 일은 사람이 준마(駿馬)를 타는 것과 같아서, 준마가 비록 빼어난 기상이 있다 해도 재갈과 고삐로 제어해야지, 함부로 날뛰어 발자취를 어지럽히고 멋대로 구덩이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문장(文章)은 마땅히 이치를 핵심이 되는 심장이나 콩팥으로 삼고, 기운(氣韻, 문채에 담긴 기운과 정취)과 재주를 뼈와 근육으로 삼고, 내용을 이루는 소재를 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