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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위선은 악행보다 나을 것이 없다

♣악을 하되 두려운 줄을 알면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고, 선행을 하되 위선에 흐르면 선 속에 악의 뿌리가 자란다. 세상에는 악한 짓을 하면서도 조금도 남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전혀 구제 받을 길이 없다. 그러나 악한 짓을 하면서도 남이 알까봐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악한 짓을 하기는 하되 그 가운데 한 줄기 양심의 빛이 남아 있으니, 그래도 착한 길로 들어설 여지가 있어 좋다. 반면에 세상에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착한 일을 하면서 그것을 행여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가 하여 애를 태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 착한 일을 하기는 하되, 마음 가운데 공명심이 자리 잡고 있으니, 착한 체 하는 마음, 곧 이것이 악..

[고전산문] 서로 미루고 헤아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일

사람들이 살아가는 개개인들의 형편과 사정들을 보면, 모든 것을 다 갖춘 이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는 각각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 시시각각 또 달라진다. 그럼에도 어찌하여 자기 혼자서만 모든 것을 다 갖추기를 바라겠는가? 또 자기 심정의 흐름을 보더라도 순리를 따를 때도 있고 마음과는 달리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이렇듯 자신의 마음마저 한결같지 않은 것임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다른 사람을 자신의 마음먹은대로 순하게 따르게 바랄 수 있겠는가? 이로써 서로 미루어 보고 또 헤아려 균형와 조화을 이루어 나가는 일은 세상을 편리하고 이롭게하며 살아가는 한 방법일 것이다.(채근담 53) -홍자성(洪自誠 1593~1665), '채근담(菜根譚)' 중에서( ※올재 '채근담' 송정희역을 참조하여 나름으로 ..

[고전산문] 마음의 밭이 깨끗해야

마음의 밭이 맑고 깨끗해야 바야흐로 책을 읽고 옛 것을 배워도 좋을 것이요, 그렇지 아니하면 하나의 착한 행위를 보고는 훔쳐다가 그것으로써 사리(私利,개인적인 사사로운 이익)를 건지고, 하나의 착한 말을 듣고는 빌려서 써 단점(短點)을 덮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적에게 병기를 빌려 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어 주는 것이 된다. 학문을 하는 데는 먼저 옛 성현의 훌륭한 말씀을 받아들일 정성 어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고요히 마음의 눈을 떠 스스로의 마음자리를 구석구석 둘러보고, 행여 名聞(명문) 利慾(이욕)에 대한 잡초가 뿌리박혀 있지 아니한가 살피며, 깨끗이 쓸고 닦아 비단결 같은 마음의 밭을 이루어놓는 일이다. 그런 뒤에 책을 읽고 옛 성현의 가르침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서, 마음자리..

[고전산문] 가장한 선(善)과 숨은 악(惡) 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악을 듣고서 곧 미워해서는 안 된다. 참소하는 사람의 분풀이가 될까 두려운 것이다. 선을 듣고서 급하게 친해서는 안 된다. 간사한 사람이 몸을 나아감을 꾀할까 두려운 것이다. 몇몇 사람들이 아무개는 나쁜 사람이라고 험담을 하더라도 그 말을 그대로 믿고 그들과 입을 모아 함께 미워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별의 별 참소꾼이 다 많으니 이 틈을 타고 혹 어느 못된 참소꾼이 자기의 사사로운 감정을 풀기 위해서 공연한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 욕을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아무개는 착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을 하더라도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성급하게 그와 친하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출세를 위해서 별 잔꾀를 부리는 간사한 무리들이 많으니 그 가운데는 혹 이름에 출세에 눈이 어두운 간사한..

[고전산문] 선한 생각 속의 흉기

부귀를 가벼이 여겨도 부귀를 가벼이 여기는 마음을 가벼이 여기지 못하고,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기면서도 명분과 의리를 중히 여기는 마음까지 중히 여긴다면, 이는 사물로 치자면 티끌과 먼지를 쓸어내지 못한 것이며, 마음에 있어서는 그 맺힌 것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뽑아서 깨끗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거추장스런 돌을 치우고 나서 오히려 거기에 잡초가 다시 자라날까 두려워해야 한다. 어제의 잘못은 남겨두지 마라. 이를 그대로 남겨두면 뿌리가 타다 남아 다시 싹이 돋아난다. 그리하여 깨끗하지 못한 속된 마음이 다시 자라나서 도리를 추구하는 뜻(理趣)에 끝까지 누를 끼친다. 오늘의 옳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마라. 집착했다가는 찌꺼기가 제거되지 않아 오히려 이취(理趣)가 반전하여 욕심의 뿌리..

[고전산문] 마음에 번민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

수레를 뒤엎는 말(泛駕之馬 봉가지마)이라도 몰아서 빨리 달리게 할 수 있고, 용광로 속에서 뛰쳐나오는 쇠붙이(躍冶之金 약야지금)도 마침내는 주형(鑄型) 속으로 돌아가게 된다. 다만 하나같이 우유(優柔)해서 떨치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문득 몸을 마치도록 하나의 진보도 없을 것이다. 백사(白沙)가 말하기를, “사람이 되어서 병이 많은 것은 족(足)히 부끄럽지 않으나 한평생 병이 없는 것이 나의 근심이라.”하니, 참말로 확실한 말이라 하겠다 몸에 병이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 마음에 번민이 없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수레를 뒤엎는 난폭한 말이라도 잘 가르쳐서 길들이면 훌륭한 말이 될 수 있다. 용광로 속에서 튕겨져 나오는 다루기 힘든 질 나쁜 쇠붙이라도 잘 다루기만 하면 마음대로 주형(鑄型) 속에 ..

[고전산문] 마음의 병과 마음의 장애물

욕심나는 대로 달리는 병은 고칠 수 있으나, 이치를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어렵다. 사물의 장애는 제거할 수 있으나 의리의 장애는 제거하기 어렵다. (채근담-160/ 송정희 역, 올재 2012)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병중에는 육체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잇다. 그러한 병들의 양태와 종류도 가지가지다. 병을 앓아 본 사람은 육체와 마음이 겪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를 안다. 그런데 그 중에는 적절하고 좋은 약을 쓴다면 고칠 수 있는 병이 있는 반면, 백약이 무효인 병도 있기 마련이다. 괴로운 병을 앓더라도 그 원인을 알고 치료할 수 있는 약 혹은 처방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 회복의 희망으로 사람은 그 병의 고통을 능히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을 알수 없어 고칠 수 없는 병만큼 사람을..

[고전산문] 마음을 해치는 좀벌레

이욕(利欲)이 다 마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의견(意見)이 곧 마음을 해치는 좀벌레요, 소리와 색(色)이 반드시 도(道)를 막는 것이 아니라 총명이 곧 도(道)를 막는 울타리와 병풍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서는 흔히 이욕이 사람의 본심을 좀먹는 것인 줄로 안다. 그러나 이욕이 있다고 해서 다 반드시 본심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자기의 그릇된 의견을 모르고 여기에 집착하여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 그릇된 의견이야말로 본심의 뿌리를 갉아먹는 마음의 좀벌레인 것이다. 이욕은 사람마다 경계할 줄을 알지만, 한 번 그릇된 의견에 사로잡히고 보면 자신이 미처 깨닫지를 못하니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이다. 또 사람은 흔히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여색(女色)이 도(道)를 닦는 데 전적으로 방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