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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도(道)에서 떠날 수 있으면 도(道)가 아니다 / 구양수

전일에 가신 뒤 다시 전에 주신 고문(古文)․금문(今文)으로 지은 잡문(雜文) 10여 편을 가지고 반복해 읽어보니, 〈大節賦 대절부〉․〈樂古 악고〉․〈太古曲 태고곡〉 등은 말이 더욱 높고 뜻이 극히 컸습니다. 족하(足下, 비슷한 연령대에서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부르는 말)의 뜻을 찾아보건대 어찌 세상을 근심하고 시속(時俗)을 걱정하여 옛것을 궁구하여 도(道)를 밝혀서, 지금을 끌어다 옛날로 되돌려 오늘날의 분란하고 혼잡한 것들을 제거하고자 하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뒤에야 족하가 학문을 좋아하여 매우 뜻이 있는 분임을 더욱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태곳적 삼황(三皇)의 도(道)를 전술(傳述, 기술하여 전함)하여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취하여 말을 고원하게 하는 데 힘쓰고 현실성이 적으니, 이는..

고전산문] 속이 충만하면 절로 밖으로 드러난다 / 구양수

옛날 사람들은 학문을 함에 있어, 깊이 연구하여 배우고 익힌 것에 대한 믿음이 돈독(敦篤, 도탑고 성실함)했다. 그 마음 속이 배우고 익힌 덕(德)으로 충만해진 다음에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는 바가 크고 자연스러우며, 빛이 절로 우러나온다. 예를 들면 금과 옥이 빛나는 것은 그것을 갈고 닦고 염색하고 씻어내어 그런 것만이 아니라, 그 본성 자체가 견실한 까닭에 본래 가지고 있던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광채를 내뿜는 것이다. 주역(周易) • 대축(大畜)에서 “강건(剛健)하고 독실(罵實,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하면 날로 새롭게 빛난다”라고 하였다. 그 것은 마음속을 충실히 채워야만 광채가 나날이 새로우면서도 끝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하기 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덕을 쌓는다..

붕당론(朋黨論): 소인배의 붕당은 거짓이다

신(臣)은 듣기에, 붕당(朋黨)이라는 말이 예부터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한 것은 오직 임금이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분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릇 큰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도(道)를 함께 함으로서 붕(朋, 뜻을 함께하는 벗의 무리)을 만들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익(利益)를 함께함으로써 붕(朋)을 만듭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그러나 신은 생각건대 소인은 붕이 없고, 오직 군자라야 그것이 있다고 여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소인은 좋아하는 것이 이익과 녹봉(보수)이고, 탐내는 것은 재물과 화폐입니다. 그 이로움이 같을 때를 당해서 잠시 서로 끌어들여 당(黨,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무리)을 만들어 그것을 붕(朋)이라고 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그 이로움을 보고..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

내가 세상 사람들이 “시인은 영달하는 사람이 적고, 곤궁한 사람이 많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무릇 어찌 그러하겠는가? 이는 세상에 전해지는 시는 대체로 옛날의 곤궁했던 사람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선비가 재능을 간직하고도 세상에 그 뜻과 재능을 펼 수 없게 되면, 대부분 스스로 산이나 물가로 나가, 벌레` 물고기` 초목` 바람` 구름` 새` 짐승` 등을 보고 종종 기이한 것을 찾아낸다. 또 마음 속에 슬픈 마음과 분개한 감정이 쌓이면 곧 원망하고 그것을 풍자하여, 쫓겨난 신하나 과부의 한탄 등을 통해 인정상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을 써내게 된다. 대개 곤궁하면 곤궁할수록 더욱 공교한 시가 된다. 그러니 시가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 내 친구..

송서무당남귀서(送徐無黨南歸序):사람된 삶의 우선순위

풀 나무 새 짐승 등의 사물됨과 여러 사람들의 인간됨의 성격은 그들이 사는데 있어서는 비록 서로가 다르나 죽는데 있어서는 서로 같다. 한결같이 썩어문들어져 결국은 그 존재가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 중에는 성현(聖賢, 성인과 현인)이란 사람이 있는데, 역시 그들도 세상에 살고 있다가 죽어버린다. 그러나 풀 나무 새 짐승 및 보통 사람들과 유독 다른 점은 비록 몸은 죽어도 그 이름은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갈수록 더욱 그 존재가 두드러지는 것이다. 그들이 성인과 현인이라 불리게 되는 까닭은, 수신(修身, 마음과 몸을 닦음)하여 덕행을 실천하고(修之於身 수지어신), 중요한 일에 종사하여 공업(공적인 업적)을 이루고(施之於事 시지어사), 또 그것을 말로 표현하여 글로 적어놓았기(見之於言 견지어..

쉬파리가 밉다

쉬파리야, 쉬파리야, 네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나는 슬퍼한다. 벌이나 전갈같이 독있는 꼬리도 없고, 또 모기나 등에처럼 날카로운 부리도 없어서, 다행히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어찌하여 사람들이 좋아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가? 네 모양이 지극히 작으니 네 욕심도 쉽게 채워진다. 술잔에 남은 찌꺼기나 도마 위에 남은 버린 고기 정도에도 족하지 않나? 네가 발로 디딛는 바가 아주 미소하여 너무 많으면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무엇이 부족하길래, 대체 무엇을 구하길래 종일토록 괴롭게 윙윙거리며 쫒아 다니느냐? 냄새 따라 향내 찾아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구나. 아주 잠깐 사이에 떼거지로 모여드는 것은 누군가가 서로 일러주기 때문인가? 생물들 중에서 비록 미미한 존재이긴 하나, 그것이 끼치는 해는 지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