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굽은 세상에서 죄가 되는 것
Posted by 優拙堂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고, 좁고 더러워서 마음이 답답했다. 하루는 들에 나가 노닐다가 농부 한 사람을 보았는데,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진흙이 등에 묻었으며, 손에는 호미를 들고 김을 매고 있었다. 내가 그 옆에 다가서서 말하기를, “노인장 수고하십니다.”했다. 농부는 한참 후 나를 보더니 호미를 밭이랑에 두고는 언덕으로 걸어올라와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으며 턱을 끄덕이어 나를 오라고 했다. 나는 그가 늙었기 때문에 추창(趨蹌, 예를 갖추고 가까이 걸어감)해 가서 팔짱을 끼고 섰더니 농부가 묻기를,“그대는 어떠한 사람인가? 그대의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행동거지가 의젓한 것을 보니 혹 선비가 아닌가? 또 수족이 갈라지지 아니하고 뺨이 풍요하고 배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