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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보다 더 큰 것은 없다 / 유성룡

(상략) 옛날 소동파(蘇東坡)는 일찍이 화(和)와 동(同) 두 글자를 논하기를, “동(同, 한가지, 같음, 함께함, 같은 것들이 무리를 이룸)은 물에 물을 탄 것 같고, 화(和, 조화, 화합, 합침, 화해, 같거나 다른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룸)는 국에 양념을 한 것과 같다.” 하였다. 그러므로 신하들의 습성에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으나, 부화 뇌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람마다 진실로 부화 뇌동하는 것을 숭상한다면 천하는 또한 위태하다고 하겠다. 천하의 사리(事理)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보다 더 큰 것은 없다. 옳고 그름을 가린 뒤에야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밝힐 수 있고,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을 밝힌 뒤에야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자신에게 행한다면 ..

[고전산문] 구이지학(口耳之學) / 유성룡

‘홍범(洪範)’에 말하기를, “생각한다는 것은 예지를 말함(思曰睿)이며, 예지란 성인(聖人)을 만든다(睿作聖).”고 했으니, 엄숙ㆍ조리ㆍ지혜ㆍ도모는 생각하지 않으면 설 수 없다. (옮긴이 주: 睿(예)는 깊고 밝은 예, 슬기 예의 뜻으로, 즉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사려깊게 분별하여 깊은 뜻을 찾아내어 밝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다.) 오행(五行)에서는 토(土)에 속하여, 금(金)ㆍ목(木)ㆍ수(水)ㆍ화(火)에 토기(土氣)가 없는 데가 없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실제로 얻어지는 것이 없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라 말하였다. 《중용》의 박학(博學)ㆍ심문(審問)ㆍ신사(愼思)ㆍ명변(明辨)ㆍ독행(篤行) 다섯 가지는 생각이 주가 되기 때문에 그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맹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