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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문장은 문기(文氣)를 위주로 한다 / 성현

문장은 문기(文氣*, 문장에서 드러나는 기운)를 위주로 한다. 문기(文氣)가 높으면 글도 따라 높아지고 문기가 시들하면 글도 따라 시들하니, 그 시문(詩文, 시와 산문)에 표현된 것을 보면 그 문기의 실체를 가릴 수 없는 것이다(숨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람됨이 거칠고 비루하면 그가 쓴 글도 비루하여 누추한 문제가 있고 그 사람됨이 경박하고 조급하면 그가 쓴 글도 조급하여 각박한 문제가 있으며, 그 사람됨이 진실하지 않고 괴이하면 그가 쓴 글도 진실성이 없어 허탄한 문제가 있고 그 사람됨이 화려하고 방탕하면 그가 쓴 글도 방탕하여 사치한 데로 빠지며, 그 사람됨이 우울하고 원망에 차 있으면 그가 쓴 글도 원망에 차 있어 한스러운 데 빠지게 되니, 그 대체적인 이치가 그러한 것이다.('가형 안..

[고전산문] 비록 맛은 같지 않아도 / 성현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육경(六經,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악기, 춘추) 외에는 모두 헛된 글입니다. 경(經)은 치도(다스리는 도리나 방법)의 율령(법률)과 같은 존재이니 마땅히 우선해야 할 것이고, 사가(史家)의 기록으로 말하자면 또한 빼놓을 수는 없지만 과장하고 꾸미는 폐단을 면치 못합니다. 더욱이 역사서 외에 괴이하고 궁벽한 것을 기록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대답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식견이 매우 막힌 것이다. 이는 음식을 먹는 자가 단지 오곡만을 알고 다른 음식의 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 무릇 육경은 깨끗한 오곡과 같고 《사기(史記)》는 맛이 훌륭한 고깃점과 같으며, 제가(諸家)들이 서술한 것은 온갖 과일이나 채소와 같다. 맛은 비록 같지 않지만 내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으..

[고전산문] 대나무를 사랑하는 까닭 / 성현

내가 어렸을 때 언젠가 설당(雪堂, 소식(蘇軾))의 시를 읽고서 그 말이 크게 사리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 괴이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사람이란 고기(肉)를 먹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고, 배가 부르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으며, 살이 찌지 않으면 기운이 점점 빠지고 지쳐서 결국에는 죽게 된다. 그럼에도 “밥 먹을 때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지만 거처하는 곳에 대나무가 없어서는 안 된다.〔可使食無肉, 不可居無竹.〕*”라고 하였으니, 이는 양생(養生, 몸과 마음을 편케 하고 이롭게 하여 건강하게 사는 일)의 추환(芻豢, 다양한 종류의 육류)*을 도리어 목전의 완상물(玩賞物, 구경하고 즐기며 감상하는 물건)보다도 못하다고 본 것이다. 어느덧 내가 나이 들어 세파를 많이 겪고 나서야 고인의 의론(견해)에 미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