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후안무치 / 공치규

종산(鍾山)의 정령과 초당의 신령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말을 달려 산 자락의 넓은 터에 이 글을 새기게 하였다. 모름지기 은사(隱士)란, 무릇 정직하여 지조와 절개가 혼탁한 세속에서 두드러지게 빼어나는 풍모가 있어야 하고, 마음이 씻은 듯이 맑고 깨끗하여 번잡한 세속을 뛰어넘는 기상이 있어야 하며, 몸은 흰눈을 방금 건너서 온 것처럼 결백하여야 하며, 뜻은 하늘의 푸른 구름을 능가하여 곧바로 하늘 위에 다다라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은사(隱士)들이 이 세상에 남긴 자취를 이렇게 알고 있다. 은사(隱士)란 만물 위에 우뚝 솟아있고 밝아서 노을같은 속세 밖에서 빛나고 있어야 한다. 노중련처럼 천금을 초개같이 여겨 돌아보지 않아야 하며, 요순처럼 만승의 천자의 자리라도 신발짝을 버리듯 하여야 한다. 주의 영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