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국민성을 잃으면 나라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의 유민(遺民) 김택영(金澤榮)은 그 나라의 선달(先達, 벼슬이나 학문이 자기보다 앞선 선배)의 글 중에서 우아하고 바른 것을 모아 ‘여한구가문(麗韓九家文)’이라 이름 짓고, 그의 벗 왕성순(王性淳)에게 주었더니, 왕씨는 다시 김씨가 지은 글을 보태어 십가(十家)로 만들고, 십가의 글 한 편씩을 베껴 장계직(張季直, 장건) 선생을 통해 나에게 서문을 청하였다. 나는 늘 전집을 읽지 않으면 시문을 평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겨우 이 열 편의 글로는 십가의 조예(造詣)를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 문운(文運)의 성쇠(盛衰) 자취를 볼 수 없음이 더욱 분명하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 읽고서도 그 나라에 진실로 훌륭한 사람이 있음을 감탄하였고 이 열 편을 통하여 그 나라 사대부의 쌓고 숭상하고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