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서파삼우설(西坡三友說)

서파삼우(西坡三友)란 나의 벗 이이립(李而立)이 스스로 지은 별호이다. 이립은 사람들 중에서 호걸이다. 소년에 육적(六籍, 육경, 즉 시경, 서경, 역경, 춘추, 예기, 악경)에 통하여 우리 유학에 명성을 독차지 하였고, 을유년 과거에 급제하여 대간(臺諫)을 역임하고 인물을 전형하는 직임을 맡아 10년을 벼슬길에 있으면서 공로와 이름이 현저하니, 하늘이 낸 재능이라 이를만 하다. 기해년 가을에 벼슬에서 물러나 남방으로 돌아와 영천(永川)의 서파리(西坡里)에 살면서 스스로 호하기를 서파삼우(西坡三友)라 하니, 세 벗이란 양수(陽燧, 구리로 만든 불꽃을 지피는 도구)와 뿔 술잔과 쇠칼이다. 그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벗과 떨어져 혼자서 사니, 사람들이 나에게 벗을 구하려하지도 않고, 나도 굳이 사람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