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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시를 짓는 것은 초상화를 그리는 것과 꼭 같다

시(詩)는 성조(聲調)의 고하(高下)와 자구(字句)의 공졸(工拙)을 막론하고, 그 시가 묘사하는 경(境)이 참되고[眞] 서술하는 정(情)이 실제적이어야만[實] 천하의 좋은 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백과 두보 이후에 백거이․소식․육유(陸游) 등의 시는 그 성조가 반드시 다 수준 높은 것은 아니며 자구도 모두 솜씨좋은 것은 아니나, 참되지 않은 경을 묘사하거나 실제가 아닌 정을 서술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읽어 보면 정말로 그 시 속의 장소를 직접 밟아보고 그 시속의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니 모두 천하의 좋은 시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시를 짓는 것은 화가가 초상화를 그리는 것과 꼭 같다. 터럭 하나 하나가 모두 꼭 닮아야만 비로소 그 사람을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일..

[고전산문] 절조가 무너진 세상, 본성을 잃지 않으려고

선비들의 무너진 절개와 지조 아아, 선비들의 절조가 무너진지 오래되었도다! 세력가에게 달려붙고 권세있는 요인에게 기웃거리면서 쉴새없이 바쁘게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며, 구름처럼 몰려들어 청탁하고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든다. 심지어는 높은 관리들도 자식을 위해 벼슬자리를 구하고 명사들도 편지를 써서 아우를 천거하니, 사람들은 서로 눈을 부릅뜨고 반목하며 자리를 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여, 공(公)에 등 돌리고 사(私)를 좆으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사철이 되면 온갖 구설이 난무하여 서로서로 설을 퍼뜨리기를, ‘누구는 모 대신의 아들이니 모 산감(山監)이 될 것이다’, ‘누구는 모 재상의 아우이니 모 능참봉(陵參奉)이 될 것이다’, ‘누구누구는 모 관리의 친척이고 친지이니 모 현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