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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소인(小人)이 소인됨은 소인 스스로 아는 것 / 김시양

참찬 백인걸(白仁傑)은 늦게 과거에 급제하여 정언(正言, 사간원의 하위 관직, 왕에게 간언하는 간관직책)으로서 창평 현령(昌平縣令)이 되었다. 늙은 어머니를 위하여 날마다 잔치를 베풀어서 드디어 백성을 잘 다스리지 못했다는 나무람을 듣게 되자, 감사 최보한(崔輔漢)이 파면시켰다. 그런데 최보한이 일찍이 백인걸에게 탄핵을 당했으므로 사람들은 대부분 그 보복이라고 말하였다. (참고: 참찬은 국정에서 3 정승을 보좌하는 고위 직책이다. 오늘 날의 국무조정실장에 해당하는 장관급) 인종(仁宗) 서거 당시 최보한은 국상(國喪) 때에 기생을 끼고 놀았다고 하여 죄를 받고 파면되었다. 명종이 즉위하면서 대사령(大赦令)을 내리니, 최보한이 다시 채용되었다. 대간이 그를 탄핵하려고 하니, 백인걸이 그때 헌납(사간원의 관직..

[고전산문] 왜 비슷한 것을 실물의 진짜보다 더 귀하게 여길까? / 김시양

명(名, 평판, 명성, 명예 등등)이란 것은 실(實, 실제를 이루는 근본적인 것)의 손(賓, 손님 즉 실질의 것에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은 거의 다 손(賓)을 귀하게 여기고 실(實)을 천하게 여긴다. 이제 사람이 한 개의 옛 그릇을 얻으면 반드시 굳이 어느 시대의 물건이라고 이름을 붙인 뒤에야 남들이 다 그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리하여 비록 기와처럼 천한 물건이라도 아름다운 구슬과 동등하게 여긴다. 이제 모래와 돌도 다 혼돈(混沌)의 태초(太初)에 형체가 이루어진 것인데 그것은 귀하게 여기지 않음은 무슨 까닭인가. 사람이 그림을 취하는 것은 그것이 실물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 괴이하게 생긴 소나무와 이상한 대나무나, 기이한 꽃, 오묘한 풀로 세상에 드문 것도 그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