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알량한 모이와 한 국자 물로는 그 주림과 목마름을 적실 수 없다

작년 기해년(1659, 효종10) 10월에 이교(李矯)가 하얀 학 한 마리를 데려왔다. 11월에는 이지형(李之馨)이 또 하얀 학 한 마리를 데려왔는데, 둥근 목덜미와 기다란 다리는 앞서 온 녀석만 못했지만, 붉은 정수리를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꾸국꾸국 맑은 울음소리로 때를 알리고, 길들이는 데도 시일이 얼마 걸리지 않아 박자에 맞춰 빙빙 돌며 춤을 추었으니, 이 점은 앞서 온 녀석보다 오히려 나았다. 정원지기는 나중에 온 녀석을 ‘작은 학’이라 불렀는데, 성질이 매우 유약하여 좁쌀 알갱이를 주면 늘 큰 놈에게 빼앗기곤 했다. 그러나 새장에서 풀어주고부터는 마음대로 다니면서 물을 마시고 모이를 쪼았다. 금년이 되어 때로는 날아서 앞의 시냇물까지 내려가고 때로는 산 위로 날아오르기도 했는데, 아침저녁으로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