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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역사서를 읽는 방법 / 이이

○ 《사기(史記), 여기선 역사의 기록, 즉 역사서를 말함, 이하 '역사서'로 대체》를 읽으면, 모름지기 치란(治亂)의 기틀과 현인 군자의 출처(出處)와 진퇴(進退)를 보아야 할 것이니, 이것이 곧 격물(格物, 사물의 이치와 도리를 헤아려 규명함)이다. 《정씨유서(程氏遺書)》 ○ 이천(伊川) 선생의 말씀이다. 정자가 말하기를, “대개 역사서를 읽을 때에는 한갓 사적(事迹)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 치란(治亂)과 안위(安危)와 흥폐(興廢)와 존망(存亡)의 이치를 알아야 한다. 또 〈한고조 본기(漢高祖本紀)〉를 읽는다면 한나라 4백 년의 시종(始終)과 치란이 어떠하였던가를 알아야 할 것이니, 이것 역시 배우는 것이다.” 하였다. ○ 또 말하기를, “나는 역사서를 읽을 때마다 반쯤 읽으면 곧 책을 덮고 생각하..

[고전강독] 군자와 소인을 분변하는 방법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에 대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오직[惟] 어진 사람이라야 능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논어》 아래도 이와 같다. 주자가 말하기를, “오직이란 말은 유독(惟獨)이라는 뜻이다. 대개 사람은 사심이 없어야만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니, 정자(程子)가 말한, ‘그 공정한 것을 얻는다.’는 것이 이것이다.” 하였다. ○ 유씨(游氏)가 말하기를,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미워하는 것은 천하 사람들의 같은 정상(情狀)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늘 그 바른 것을 잃는 것은 마음이 사정에 얽매여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오직 어진 사람은 사심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다. "그 사람의 말을 알..

[고전산문]뜻이 서지 않는 세 가지 병통

인(仁)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義)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 편한 집을 비워 두고 거처하지 아니하며, 바른길을 버리고 행하지 아니하니, 불쌍하구나. 주자가 말하기를, “인은 마음 전체의 덕으로서, 천리(天理) 자연의 편안함이 있고, 사람의 욕심에 빠질 위태로움은 없으니, 사람은 항상 그 가운데 있어야 하고 잠시라도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안한 집이라 하였다. 의(義)라는 것은 마땅함이니, 마땅히 행할 천리요, 간사하고 잘못된 사람의 욕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를 '바른 길'이라 한 것이다. 광(曠)은 비었다[空]는 뜻이고 유(由)는 행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도가 본래 고유한 것인데, 사람이 스스로 끊으니 이것이 불쌍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현의 깊은 훈계로, 배우는 이가 철저히 ..

[고전산문] 구방심(求放心):놓쳐버린 마음을 거두어 들이는 것

○ 오만함은 자라나게 해서는 안 되고 욕심은 내키는 대로 두어서는 안 되며, 뜻은 가득 채워서는 안 되고 즐거움은 끝까지 채워서는 안 된다. 《예기》 응씨(應氏)가 말하기를, “공경의 반대가 오만이요, 정(情)이 움직이는 것은 욕심이다. 뜻이 다 차면 넘치고 즐거움이 지극하면 도리어 슬픔이 온다.” 하였다. 신이 생각건대, ‘뜻이 가득 찬다[志滿]’는 것은 적게 얻은 것에 만족하여 우쭐대며 스스로를 대단하다 여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구(求)할 줄을 알면서도 마음을 놓쳐 버리고서는 구할 줄 모른다. 학문의 도란 다른 것이 아니다. 그 놓쳐 버린 마음을 구하는 것일 뿐이다.” 하였다. 《맹자》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마음은 지극히 중요한 것이고 개와..

[고전산문] 생각해야 할 9가지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아홉 가지 생각해야 할 것[九思]이 있다. 볼 때는 분명히 볼 것을 생각하고,[視思明 시사명] 들을 때는 분명히 들을 것을 생각하고,[聽思聰 청사총] 낯빛은 온순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色思溫 색사온] 용모는 공손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貌思恭 모사공] 말은 진실하게 할 것을 생각하며,[言思忠 언사충] 일은 공경스럽게 할 것을 생각하며,[事思敬 사사공] 의문스러우면 물을 것을 생각하며,[疑思問 의사문] 분(忿)해지면 어려워질 일을 생각하며,[忿思難 분사난] 얻을 것이 있으면 의리에 맞는지를 생각한다.[見得思義 견득사의]” 하였다. 《논어》주자가 말하기를, “보는 데 가려진 것이 없으면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며, 듣는 데 막힌 것이 없으면 밝게 들리지 않는..

[고전산문] 거대한 집이 기울어지는 데는 썩은 나무로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도(世道,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도리)는 시속(時俗, 그때의 풍속이나 유행)을 따르는 데에서 나빠지고, 공적은 작록만 탐내는 자를 먹여주는 데서 무너지고, 정사(政事, 정치와 행정전반을 아울러 이름)는 부의(浮議, 뜬구름 잡는 식의 들뜬 논의)를 일으키는 데에서 어지러워지고, 백성들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으로 곤궁해지는 것인데 이 네 가지가 그중에 큰 항목입니다. 그렇다면 세도가 시속을 따르는 데에서 나빠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습니까. 그것은 시대가 흐르고 풍속이 변해짐에 따라 인심도 점점 야박해지는데 교화로 진작시키지 않는다면 풍속이 몹시 퇴패해질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지금의 세도는 마치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나쁜 습관에 젖어 든 지 이미 오래되었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므로 예의..

[고전산문] 소인(小人)의 간사함을 분별하는 것에 대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비부(鄙夫)와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였다. 주자가 말하기를, “비부는 용렬하고 악하며, 비루하고 졸렬한 사람을 칭한다.” 하였다. 그 벼슬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얻으려고 근심하고, 얻고 나서는 잃을까 근심한다. 하씨(何氏)가 말하기를, “얻으려고 근심한다는 것은 얻지 못할까 근심한다는 것이다.” 하였다. ○ 신안 진씨(新安陳氏 진력(陳櫟))가 말하기를, “얻는다는 것은 부귀 권리를 얻는다는 말이다.” 하였다. 정말 잃을까 근심하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다. 주자가 말하기를, “작게는 종기를 빨고 치질을 핥아 주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아비와 임금을 죽이는 것까지 다 잃을까 근심하는 데서 나온 말이다.” 하였다. ○ 호씨(胡氏)가 말하기를, “허창(許昌)의 근재지(靳裁之)란..

[고전산문] '참으로 안다(眞知)'는 것

사람의 보는 바(소견 所見, 식견 識見)는 세 층(層)이 있으니, 성현(聖賢)의 글을 읽어서 그 명목(名目, 표면에 내세우는 형식상의 구실이나 근거)을 아는 것이 한 층이요, 이미 성현의 글을 읽어서 그 명목을 알고도 깊이 생각하고 정밀하게 살펴 환하게 그 명목의 이치를 깨달음이 있어서, 분명하게 심목(心目, 무엇을 알아내거나 사물을 알아보는 마음과 눈)의 사이에서 그 성현의 말이 과연 나를 속이지 않음을 아는 것이 또 한 층입니다. (옮긴이 주: 번역된 글이 어렵다. 나름 정리하면, 첫째 단계는 성현의 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표면적으로 아는 것 , 두번째 단계는 그 뜻을 살피고 깊이 생각하여 분명하게 이해하고 그 말씀의 이치를 깨달아, 그것이 진실되고 참된 것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아는 것 )..

[고전산문] 간언(諫言)을 따르는 것에 대하여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잘못을 바로잡는 말(法語)을 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잘못을 고치는 것이 소중하다. 완곡하게 일러 주는 말[巽言]을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뜻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것이 소중하다. 즐겨 하면서 실마리를 찾지 아니하고, 좇는 체하면서 고치지 않는다면 나도 어찌할 수 없을 따름이다.” 하였다. 《논어》주자(朱子)가 말하기를, “법어(法語)라고 한 것은 바로잡는 말이고, 손언(巽言)이라고 한 것은 완곡하게 지도하는 말이며, 역(繹)이라고 한 것은 실마리를 찾는다는 뜻이다. 바로잡는 말은 사람이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좇는다. 그러나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면 겉으로만 좇는 척할 뿐이다. 완곡하게 일러 주는 말은 귀에 거슬리는 것이 없으므로 반드시 즐겨한다. 그러나 그 ..

[고전산문] 배움을 방해하고 마음을 해치는 나쁜 습관 8가지

사람이 비록 학문에 뜻이 있어도 용맹스럽게 앞으로 나아가 성취할 수 없음은 옛 습관이 방해함이 있어서이다. 아래에 열거한 옛 습관의 조목을 뜻을 가다듬어 확실히 끊어 버리지 못한다면, 끝내 학문할 바탕이 없을 것이다. 첫째, 뜻을 게을리하고 그 몸가짐을 함부로 하고, 다만 편히 지낼 것만 생각하고 구속되기를 몹시 싫어하는 것.둘째, 항상 돌아다닐 생각만 하고 조용히 안정하지 못하며, 분주히 드나들며 떠들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셋째, 같은 것은 즐기고 다른 것은 미워하여, 속된 데로 빠져들었다가 좀 신칙(申飭 단단히 타일러서 경계함)해 보자니 무리와 어긋날까 두려워지는 것.넷째, 글을 꾸미기를 좋아하여 세상에서 칭찬받기를 좋아하며, 경전의 글을 따다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다섯째, 편지글을 짓고 거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