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섭공호룡(葉公好龍): 실상은 진짜보다 사이비를 더 좋아하다
공자의 제자인 자장(子張)이 노(魯)나라의 애공(哀公)을 찾아갔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도록 애공은 자장을 만나주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자장은 애공의 하인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는 왕께서 인재(人材)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천리길을 멀다고 여기지 않았습니다. 험하고 먼 길을 서리와 이슬, 티끌과 먼지를 무릅쓰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쉬지 않고 걸어서 왕을 뵈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주일이 지나도록 왕을 만나 뵐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왕께서 인재를 좋아하신다고 하는 말은 사실과 다른 것 같습니다. 이는 섭자고(葉子高)가 용(龍)을 좋아하는 것과 아주 비슷합니다(君之好士也, 有似葉公子高之好龍也).
섭자고는 용을 좋아하여 허리띠에도 용을 새겨 넣고, 도장에도 용을 새겨 넣고, 집의 온갖 장식에도 용을 새겨 넣었습니다. 온통 용으로 도배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삶의 일부였습니다. 섭자고의 용에 대한 특별한 애호와 취향은 금새 소문이 나서 온 천지에 퍼졌습니다.
마침내 섭자고가 그토록 용을 좋아한다는 말이 하늘의 용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하늘의 용은, 하늘에서 직접 내려와 섭자고를 찾았습니다. 머리는 창문으로 밀어 넣고 이리저리 살펴보며, 꼬리는 마루로 길게 늘어뜨리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섭자고는 얼마나 놀랐던지, 얼굴빛이 새파래졌습니다. 혼비백산한 섭자고는 모든 것을 버려두고, 뒤돌아서 부리나케 달아났습니다.
진심(眞心)은 달랐던 것입니다. 이는 겉으로는 좋아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결국 섭자고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은 진짜 용(龍)이 아니라, 사이비(似而非) 용을 좋아했던 것입니다.
제가 임금께서 인재를 좋아하신다는 말을 듣고, 천리를 멀다 하지않고 기쁜 마음으로 뵈러 왔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왕의 그림자조차 만나 뵐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왕께서 좋아하시는 것은 인재가 아니라, 실상은 사이비 인재를 좋아하시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섭자고가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미련없이 떠납니다."
-유향(劉向, BC 77~BC 6), '섭공호룡(葉公好龍)',『신서(新序)/ 잡사(雜事)』-
▲번역글을 참조하고 의역 표절한 곳 출처: 대전일보 2015.10.16일자,[강혜근의 고사성어 다시읽기] '섭공호룡(葉公好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