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경설(驚說)

야밤에 우뢰소리를 듣고서 벌떡 일어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평생 지은 죄악을 다 헤아리지 못하겠다. 그러다 또 생각이 떠올랐다.


충성하지 않고 효도하지 않고 우애하지 않고 공손하지 않고 간음이나 일삼고 남을 해치거나 하여, 하는 짓거리마다 하늘의 신(神)에게 죄를 얻을 인간들이 그 수(數)를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응당 와르르 쩌렁쩌렁 둥근 쇳덩어리 불덩어리가 쏟아져, 그따위 인간들을 그 자리에서 불태워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야 하건만 그런 일이 일어낫다는 소문은 끝내 듣지 못했다.


곰곰이 따져보니, 죄많은 인간들이 지상에 두루 차 있어 가려 뽑아낼 도리가 없는지라, 인간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神)이라 해도 처치할 방도가 없을 것이다. 그저 저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둔 채 지은 죄가 가득 차기를 기다렸다 자기가 지은 죄를 자기가 받도록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호통치고 헐뜯는 말이 하늘의 신을 모독하는 버릇없는 소행이니, 그 죄가 특히 만번 죽어 마땅하리라.


-노긍(盧兢, 1738~1790), '경설(驚說)'-


▲번역글 출처: 『조선의 명문장가들』(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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