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재능과 덕의 구분(才德論)
사마광(司馬光)이 말하기를, "지백(智伯)이 망한 것은 재능(才)이 덕(德)을 앞섰기 때문입니다. 재능과 덕은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잘 분별하지 않고서 재능과 덕을 아울러 ‘현(賢, 현명하고 똑똑함)’이라고 통칭합니다. 사람을 잃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입니다.
무릇 잘 듣고 잘 살피며 강하고 굳센 것은 재능이라 합니다. 바르고 곧은 것에서 치우침이 없이 조화를 이루며 화합하는 것(中和)을 덕(德)이라고 합니다. 재능은 덕의 바탕입니다. 덕은 재능을 이끄는 장수(將帥)의 역할을 합니다. 운몽(雲夢)의 대나무는 천하에 강한 것이지만, 구부리고 펴고 다듬어 거기에 깃털과 화살촉을 달지 않으면 단단한 것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당계(棠溪)의 무쇠는 천하에 날카로운 것이지만, 거푸집에 넣고 두드리고 연마하지 않으면 강한 것을 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재능과 덕이 완전한 사람을 일러 성인(聖人)이라 합니다. 재주와 덕이 둘 다 없는 사람을 우인(愚人)이라 합니다. 덕이 재능보다 나은 자를 군자라 하며, 재능이 덕보다 나은 사람을 소인(小人)이라 합니다. 무릇 사람을 뽑는 기술에서 정말로 성인을 얻을 수 없다면 군자와 더불어 하고, 소인을 얻어 그와 함께하는 것은 우인(愚人)을 얻는 것만 못합니다.
어찌하여 그렇겠습니까? 군자는 재능을 가지고 선을 행하지만, 소인은 재능을 가지고 악을 행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을 가지고 선을 행하는 경우에 선이 이르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재능을 가지고 악을 행하는 경우 악이 이르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어리석은 것은 선하지 못한 짓을 한다해도 지혜가 두루 미칠 수 없고, 그 짓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힘 또한 부족한데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강아지가 사람을 붙잡으려고 해도 사람이 능히 제지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소인의 지혜는 마땅히 그 간사함이 뒤따르고, 그의 용맹함은 흉포한 것으로 당연한 결말이 납니다. 이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으로 그 위해함이 어찌 심각하게 많지 않겠습니까?
무릇 덕은 사람이 엄중히 여기는 바요, 재능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면 쉽게 친해지고, 엄중하면 쉬이 멀어집니다. 이로써 살펴보건대 대부분 재능에 가리어 덕을 잃는 것입니다. 예로부터 나라의 난신(亂臣)과 집안을 망하게 한 자들(敗子)의 경우를 살펴 보면, 재능은 넘치지만 덕이 부족하여 전복되는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럴진대 나라를 망치고 집안을 망치며 자기를 망케한 자가 어찌 특별히 지백 뿐이겠습니까?
이러한 까닭에 나라를 위하고 집안을 위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재능과 덕을 분별하는 것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잘 살펴서 앞뒤 사정을 제대로 안다면, 또 다시 사람을 잃는 것이 어찌 걱정거리가 될 수 있겠습니까?"
-사마광(司馬光, 1019년~1086년), '재덕론(才德論)', 『자치통감(資治通鑑) 』제1권/ 위열왕 23년(威烈王二十三年)-
"덕(德)이라고 하는 것은 재능(才)의 주인이요, 재능이라고 하는 것은 덕의 부림을 받는 노예(奴)다. 재능은 있는데 덕이 없으면 마치 주인없는 집에서 노예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는 것과 같다. 그럴진대 얼마 안 가서 도깨비들이 어찌 미친듯이 날뛰지 않겠는가. " -홍자성(채근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