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사람의 말을 하는 앵무새 / 김만중

구마라습(鳩摩羅什, 인도의 승려, 중국에 포로로 잡혀가 많은 불경을 번역하여 중국불교 보급에 큰 공헌을 함 )이 말하기를, "인도사람(天竺人)의 풍속은, 사물이 아름다운 색조로 표현된 것(文彩)을 가장 숭상하기 때문에, 특히 부처의 공덕을 찬양하는 글이나 노래(讚佛詞)는 매우 아름답다. 그런데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면 단지 그 뜻만 알 수 있고, 그 말과 글에 담겨있는 진정(眞情)과 감동(感動)은 알 수 없다."고 하였다. 이치가 정녕 그럴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입으로 표현된 것이 말이요, 말을 가락에 담아 표현한 것이 시가문부(詩歌文賦)이다. 온 세상의 지역과 나라마다 사용하는 말이 비록 같지는 않더라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그 말에 따라 가락에 맞춰 표현하였다면, 언어에 상관없이 다같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감정이 서로 통하여 감동할 수 있는 것은 유독 중국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시와 문장(詩文)은 우리 말을 버려 두고, 다른 나라 말과 형식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다. 다른 나라 말과 글의 얼개를 가지고, 설령 우리 말과 아주 비슷하게 표현하였다 할지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일상의 삶터에서 나뭇꾼이나 물 긷는 아낙네들이 '어허라 디야' 하며, 우러나오는 제 감정에 겨워 서로 주고 받는 노래와 가락이 비록 저속하고 무의미한 것이라 무시할지라도, 그 진가(眞價)를 따진다면, 소위 사대부 지식인(學士大夫)들이 지어내는 이른바 시부(詩賦)라고 하는 것과 동일한 입장에서 그 가치를 평가하고 논할 수는 정녕 없는 일이다.

-김만중(金萬重, 1637~1692), 서포만필(西捕漫筆)중에서-

※참고: 번역문은 홍인표역 『서포만필(西捕漫筆)(일지사 1987)을 참고하고 대부분 표절하여, 단지 나름 이해되는 글로 구체적으로 풀어쓰고 의역하여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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