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졸부(拙賦) / 주돈이

어떤 이가 주돈이(周敦颐)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이 그대가 졸(拙)하다고 하더이다." 그러자 주돈이는, "나는 교묘하게 꾸미는 것(巧)을 남몰래 부끄럽게 여긴다  세상에는 교묘하게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부(賦)를 지어 읊었다.


"꾸미는 재주가 교묘한 사람(巧者)은 말이 능하고, 

꾸미는 재주가 서툰 졸한 사람(拙者)은 침묵한다.

고로 교자(巧者)는 애써 수고롭고, 졸자(拙者)는 한가하다. 

교자(巧者) 덕을 해치고, 졸자(拙者)는 덕을 베푼다.  

따라서 교자(巧者) 흉하고, 졸자(拙者)는 길하다. 

오호라! 

온 천하가 교묘하게 꾸미지 않는 졸(拙)한 상태라면,

형벌로 다스리는 정치는 거두어지고,

위에서 편안하니 아래가 순종하여 따른다. 

이로써 풍속은 절로 맑아지고 나쁜 폐습이 끊어지는구나."

(巧者言 拙者默, 巧者勞 拙者逸,, 巧者賊 拙者德, 巧者凶 拙者吉, 嗚呼! 天下拙 刑政徹, 上安下順 風淸弊絶)


-주돈이(周敦颐 1017~1073), 졸부(拙賦), 주돈이집(周敦颐集)-


※옮긴이 주: 주돈이(周敦頤)는 성리학의 기초를 놓은 북송의 유학자다. 주염계(周濂溪)로도 불리운다. 교(巧)의 우리말 훈음(訓音)은 '공교할 교', '아름다울 교' 다. 사전적 의미를 간추려 정리하면, '1. 공교하다(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 2. 예쁘다 3. 기교(재주) 4. 꾸미다(책략, 꾀) 5. 아름다움'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교(巧)와 대치되는 단어는 졸(拙)이다. 졸(拙)의 우리 말 훈음은  '못날 졸, 옹졸할 졸'이다.  주로 기능적인 면에서 '못남, 재주없음, 어리석음, 서투름, 뒤떨어짐, 쓸모없음'의 의미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능적인 면이 아닌 특히 사람의 품성, 즉 인덕(仁德)과 관련된 행위 특성과 관련지을 경우, 교(巧)는 부정적인 의미로,  졸(拙)은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한시나 고전에서 쉽게 찾아지는 수졸(守拙), 양졸(養拙)의 의미는 세속에 얽매이거나 타협하지  않고 인덕(仁德)을 배양하고 굳건히 지키는 것과 관련있다. 교(巧)와 관련해서 흔히 사용되는 한자성어로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 있다. 교언은 말을 번드르르하게 혹은 그럴듯하게 꾸며서 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교언영색의 뜻은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의미한다. 공자는 교언영색이 능한 사람 중에서 올바른 품성을 갖춘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통찰했다. 교언의 해악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한자성어로 교언난덕(巧言亂德)이 있다. 공자는 교언(巧言)은 덕의(德義)를 어지럽히고(巧言亂德), 작은 일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어지럽힌다.'고 가르친다(논어 위령공 26). 그외에도, 교지졸속(巧遲拙速), 즉 '교지(巧遲)는 졸속(拙速)만 못하다는 뜻으로, 재주나 역량이 뛰어나지만 실천적 행동에서 느린 사람보다는 조금 모자라도 실천이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의미,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즉 교묘하게 남의 귀중한 물건을 가로채는 것'을 의미하는 교취호탈(巧取豪奪), '교묘하게 훔치고,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뜻인 교투호탈(巧偸豪奪)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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