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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좋은 수필의 조건 / 이 정림

수필은 다른 장르에 비해 독자에게 친근감을 안겨 주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수필이란 소설처럼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사실과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우선 글을 쓴 이에게 인간적인 친근감을 갖게 한다. 둘째로, 수필은 흔히 그 소재를 생활 속에서 찾아내기 때문에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공감성을 주게 되며, 그것이 곧 독자의 창작 의욕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셋째로, 수필은 그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특출한 작가적 역량이 없어도 그런 대로 글 한 편을 써낼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함이 독자로 하여금 수필에 친근감을 갖게 만드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수필의 함정은 쉬워 보이는 듯한 바로 그 점에 있다. 동기는 그렇게 만만했지만 막상 글을 ..

[칼럼]방물장수와 어머니 / 강명관

은퇴한 지 오래된, 무척 존경하는 선배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다. 20대 초반 여름 친구들과 어울려 캠핑을 하면서 전국을 주유하던 중 어느 날의 일이었다. 오후 늦게 강가에 텐트를 치며 하루를 묵을 채비를 하고 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초로의 촌로 한 분이 걸음을 멈추고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하루를 자고 떠날 요량이라고 했더니, 펄쩍 뛰면서 우리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을 어찌 한데서 재우느냐며 빨리 텐트를 걷고 따라오란다. 실랑이 끝에 못 이기는 체 하고 따라갔더니 마을 공회당 넓은 방에 묵게 해 주고, 저녁까지 차려 주며 ‘없는 찬이나마 든든히 먹으라’고 호의를 베풀더라는 것이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그땐 그랬어, 요즘처럼 야박하지 않았거든. 꼭 그 마을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