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부모의 자식사랑에는 아들 딸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무릇 천지의 사이에 몸을 두고 있는 자라면 그 누구인들 자식이 되어 양친부모(兩親父母)가 남겨주신 몸을 계승한 자가 아니겠는가. 다만 기맥(氣脈)을 곧바로 전하여 종통(宗統 종가 맏아들의 혈통)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고 어머니의 성은 따르지 않으며, 집안에 두 높은 분이 없기 때문에 상복(喪服)에 참최복(斬衰服 아버지 상에 입는 상복)과 자최복(齊衰服 어머니 상에 입는 상복)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생성(生成)하고 사랑하여 길러준 은혜에 있어서는 실로 어찌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간격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자식이 어머니에 있어 사랑하고 도와주는 마음이 일찍이 한결같지 않은 것이 아니며, 부모가 아들자식과 딸자식을 사랑하고 예쁘게 여기는 정이 일찍이 차이가 있지 않으니, 이것이 참으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겠는가. 


성인(聖人)이 외가(外家)의 선대(先代)에 아울러 극진히 하고 외당(外黨,고모쪽 집안과 고종사촌)의 여러 친족에 그 후대(厚待)함을 모두 미루고자 하지 않은 것이 아니나, 다만 의리에 똑같이 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형편상 미치지 못함이 있을 뿐이다.


내가 보니, 세상 사람들은 외종(外宗 어머니쪽 집안과 외사촌)과 외당(外黨)에 대하여 한결같이 박대하면서 이것을 마침내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바, 저들은 그 어머니의 태(胎) 속과 젖 아래에서 정성을 쌓은 수고로운 은혜를 생각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정을 쏟아야 하고 힘이 미칠 수 있는 곳에 어찌 마음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현광(張顯光, 1554~1637), '영모록서(永慕錄序)' 여헌집(旅軒集)/여헌선생문집 제8권/ 서(序)-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성백효 (역) ┃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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