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칭찬과 비방에 대하여 / 유종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에게서 비방이나 칭찬을 받는 데에는 또한 각기 그 이유가 있다. 군자(君子)*는 아랫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으며, 소인(小人)*은 아랫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군자는 윗자리가 적합하고 아랫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며, 소인은 아랫자리가 적합하고 윗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니, 적합한 자리를 얻으면 칭찬이 오고 적합한 자리를 얻지 못하면 비방이 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군자가 난세(亂世, 혼란하고 어지러운 세상)를 만나 어쩔 수 없이 윗자리에 있게 되면 그의 주장이 반드시 군주와 어긋나는 반면에 이로움이 반드시 백성에게 미친다. 이로 인해 비방이 위에서 행해지고 아래에서는 행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죽임을 당하고 모욕을 받을 수는 있으나 백성들은 오히려 그를 칭찬한다. 소인이 난세를 만나 윗자리에 있게 되면 그의 주장이 반드시 군주와 부합되는 반면에 해로움이 반드시 백성에게 미친다. 이로 인해 칭찬은 위에서 행해지고 아래에서는 행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총애를 받고 부귀해질 수는 있으나 백성들은 오히려 그를 비방한다.

군자에 대한 칭찬은 그저 입으로만 하는 칭찬이 아니라 그의 선행을 선양(널리 알려 모범을 삼고 복돋움)하기 위한 것이고, 소인(小人)에 대한 비방(비판)은 그저 입으로만 하는 비방이 아니라 그의 악행을 폭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비방을 많이 받는 사람이 어찌 모두 어리석고 교활하겠으며, 윗자리에 있으면서 칭찬을 많이 받는 사람이 어찌 모두 어질고 지혜롭겠는가. 그리고 칭찬하거나 비방하는 자들이 어찌 또 모두 시비(是非)를 분명히 가려 제대로 포폄(襃貶, 실상이나 실적을 살펴 우열을 매김)을 한 것이겠는가.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그 평가를 듣고 크게 현혹된다.

일개 평범한 사람의 입에서 한번 말이 나오면 무리를 지어 그 말을 전하고 원근에 널리 퍼트리니, 그렇게 되면 그 말을 진실로 여기지 않는 이가 없다. 그러나 그 말의 시시비비와 진위를 헤아려  바르고 합당한  것인가를 따지고 평가하는 사람 또한 없다.  어찌 그뿐이겠는가. 더욱이 개인의 호오(好惡, 좋음과 싫어함)에 가려지고 개인의 이해(利害)에 좌우되니, 우리가 또 어떻게 이와 같은 소문을 근거로 참된 정황을 알 수 있겠는가.

공자(孔子)께서 말씀하기를 “마을 사람 중에 선한 이가 좋아해주고 선하지 않은 이가 미워하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하였다. 선한 자를 만나기 어려우니 군자를 비방한 자가 적지 않을 것이며, 공자(孔子)를 비방한 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전(傳, 논어)에 기록된 '숙손무숙'(叔孫武叔)*은 당시에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이었고, 기록되지 않은 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므로 군자가 아래에 있으면 반드시 곤경을 당한다.

하지만 때를 만나고 군주의 신임을 얻어 사람들의 위에 있어서 그 공적과 혜택이 온 천하에 미치는 그런 경우가 되면,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고 존경하여, 이전에 비방했던 자들도 그때가 되어서는 따르고 칭찬한다. 이러므로 군자가 위에 있으면 반드시 명예(名譽)가 드러난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윗자리에서 비방이나 칭찬을 들었을 때 자신에게 돌이켜 그 원인을 찾는다면 되겠는가?” 하였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것이 어찌 옳겠는가. 그 평가가 누구에게서 나왔는가를 알아보면 그뿐이다. 그 평가가 좋은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믿고 나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믿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정 우리가 그 사람이 좋은지의 여부를 구분할 수 없다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자.  만약 다른 어떤 사람이 비방이나 칭찬을 듣는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들은 반드시 그 평가가 어떤 성향의 사람에게서 나왔는가를 알아보아야지, 무턱대고 감히 그런 말을 한 자들의 숫자가 많다고 하여 그 평가를 지지하거나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그와 같은 일이 있을 때도 감히 그런 말을 한 자들의 숫자가 많다고 하여 영예롭게 여기거나 두려워해서도 안 될 것이다.

만약 나를 모르면서 나보고 도척(盜跖, 악한의 대명사, 살인 강도 도적떼의 괴수)이라고 한다면 내가 또 어찌 두려워하겠으며, 또 나를 모르면서 나를 공자(孔子)라고 한다면 내가 또 어찌 영예롭게 여기겠는가. 

하지만 나를 아는 자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는 우리가 사실 분명히 알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반드시 우리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올바르게 하면 그만이다.”

※[역자주]
1.군자(君子)와 소인( 小人): 이 글에서 말하는 군자는 권력계층에서 공익(公益)을 중시하는 정직한 사람, 소인은 권력계층에서 사적인 세력과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2. 숙손무숙(叔孫武叔) : 숙손무숙(叔孫武叔)은 춘추 때 노나라 대부 주구(州仇)로, 계손씨(季孫氏)‧맹손씨(孟孫氏)와 함께 세력이 강성했다. 논어(論語) 자장(子張)에 “숙손무숙이 중니(仲尼 공자)를 비방하자, 자공(子貢)이 말하기를, ‘그러지 말라. 공자(仲尼)는 비방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어진 덕은 언덕과 같아 넘어갈 수 있으나, 공자(仲尼)는 해와 달 같아서 넘어갈 수 없다.”라고 하였다.

-유종원(柳宗元, 773~819 ), '비방과 칭찬'(謗譽 방예),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抄) 」

▲원글출처: 동양고전종합DB(http://db.cyberseodang.or.kr)

TAGS.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