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필설(筆說 ): 외양만 보고 속마음까지 믿는 어리석음

쥐 과(科)에 속하는 동물로서 색깔이 노란 것을 세상에서 족제비라고 하는데, 평안도와 함경도 지방의 산속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 꼬리 털이 빼어나 붓의 재료로 쓰이는데 황모필(黃毛筆)이라고 불리는 그 붓보다 더 좋은 것은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이다. 내 친구 이생(李生)이 글쓰기를 좋아하여 일찍이 어떤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붓을 얻었는데, 터럭이 빼어나게 가늘고 번질번질 윤기가 흘러 기가 막히게 좋은 붓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붓을 한 번 털어 보니 그 속에 더부룩하게 이상한 점이 느껴지기에 먹을 붓에 적셔 시험삼아 글씨를 써 보니 바로 구부러져 꺾이고 마는 바람에 글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주의깊게 살펴보니 그 속에 집어넣은 내용물은 대개 개의 터럭으로서 가늘고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