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따라 짖는 개 / 이지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나는 공자를 존경한다. 하지만  공자에게 구체적으로 존경할 만한 어떤 점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야말로 난쟁이가 저잣거리의 난장에서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광대놀음을 구경하려 애쓰다가, 사람들이 잘한다고 소리치면, 놀음은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남들이 하는 대로 덩달아서 잘한다고 소리 지르는 격이었다. 

이처럼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진실로 한 마리의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대었던 것과 다름없었던 까닭이다. 행여 남들이 짖는 까닭을 내게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멋쩍게 웃기나 할 따름이었다. 

오호라! 나는 이제야 비로소 공자를 제대로 이해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처럼 남들 따라 짖지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난쟁이가 노년에 이르러 마침내 어른(長人)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지(李贄, 1527~1602, 卓吾), '성교 소인(聖敎小引)' 부분, 『속 분서(續焚書)』-

▲참고: 번역문은 「속 분서」( 김혜경 역 /한길사 /2007)를 참고하여 대부분 표절하고, 나름 이해하는 글로 다시 윤색하여 옮겼다.

"견식(見識)이 없으면, 무엇이 옳고 그르고 굽고 곧은(是非曲直)지를 알지 못하고, 현명한 것과 어리석은 것이 분간되지 않으니, 칠흑처럼 깜깜한 사람일 뿐이다. 이는 마치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아주 가난한 집 아이와도 같으니, 이것이 정녕 가난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줏대(骨力)가 없으면, 그저 남을 따라서 움직이고 세력에 기댄 다음에야 일어서게 되니, 자기 이외의 주변 사방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될 따름이다. 마냥 남에게 기대고 의지하면서 홀로 자립할 수 없는 행색이 정녕 남녀노예들과 다름이 없으니, 이것이 비천한 것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을 천하다고 하겠는가? "-이지('富莫富於常知足' 「분서(焚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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