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태도와 행동 / 소식

세상에서 가장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다. 일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말을 하니 미처 생각할 틈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이 발생하기 전에 생각하면 그 일은 발생하지 않고, 일이 발생한 후에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늦다. 나는 일생 이와 같아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를 모른다. 마음속에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게 되고 그러면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괴롭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더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자가 선(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아름다운 색을 좋아하는 것과 같고, 불선(不善)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은 역겨운 악취를 싫어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럴진대 일에 직면해서야 비로소 다시 생각하여 일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고, 피할 것인지 부딪힐 것인지를 어떻게 제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의로움을 행할 때 이익을 생각한다면, 그 행동의 결국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다. 전쟁에 임하여 살아남을 것을 생각한다면, 적을 마주하여 용감하게 싸울 수 없다. 곤궁과 현달, 이득(得)과 손실(失), 생사(生死)와 화복(禍福)은 모두가 운명지어져 있다.(이하생략)


-소식(蘇軾, 1037~1101 소동파)'정상재사당기(靜常齋思堂記)' 부분, 『소식문집(蘇較文集)』 권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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