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졸(拙)을 길러 뜻을 저버리지 않는 편이 낫다 (養拙堂記) / 신개

나는 어려서부터 성품이 소활(疏闊, 꼼꼼하지 못하고 어설픔)하여 항상 시장이나 조정의 기교*(서로 경쟁하여 명예나 이익을 다투어 머리를 굴리고 재간을 부리는 것)를 싫어하였다. 성 남쪽의 한가하고 궁벽한 곳, 누추하고 좁은 거리에 양졸당(養拙堂)을 짓고 일상의 동정(動靜)을 오직 졸(拙)과 함께하여 잠시라도 잊지 않았으니, 달 밝고 고요한 밤 뭇 동물들이 쉴 적이면 베개를 베고 누워 솔바람 소리를 듣곤 하였다. 사람들 가운데에는 내가 너무 오래도록 졸(拙)을 기르고 있다고 나무라는 이도 자못 있었고 나 또한 의문이 들기도 해서 이제 그만 끊어 버리고 떠나보내려 하였다. 그러나 졸(拙)은 또 애틋하게 미련을 둔 듯 기꺼이 떠나려 하지 않았으니, 마치 성난 기색이 있는 듯하였다. 내가 갑작스럽게 깨달은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