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행사의 시비분별, 반성과 성찰을 통해 마땅히 옳은 것을 따른다 / 이언적
Posted by 優拙堂
삼가 생각건대 저는 자질이 본래 우둔하고 학문적인 식견도 넓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좁은 견해를 고수하여 여러 차례 어르신에게 편지를 올리면서도 매우 지리멸렬한 줄을 깨닫지 못했으니,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지금 보내 주신 편지를 받았는데, 매우 자상한 어조로 반복하여 가르쳐 주셨으며, 또 ‘적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 하학인사(下學人事)의 공정(工程)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제가 어르신께 크게 인정을 받은 것이고 지극한 은혜를 입은 것이니, 다시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습니까. 그러나 가르쳐 주신 뜻을 꼼꼼히 검토해 보니, 이단의 잘못된 주장을 모두 버리고 성문(聖門)의 학문으로 들어온 듯하여도 말씀 중에는 사소한 병통이 없지 않으며, ‘물아(物我)에 간격이 없다’라는 주장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허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