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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행사의 시비분별, 반성과 성찰을 통해 마땅히 옳은 것을 따른다 / 이언적

삼가 생각건대 저는 자질이 본래 우둔하고 학문적인 식견도 넓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좁은 견해를 고수하여 여러 차례 어르신에게 편지를 올리면서도 매우 지리멸렬한 줄을 깨닫지 못했으니, 큰 죄를 지은 것입니다. 지금 보내 주신 편지를 받았는데, 매우 자상한 어조로 반복하여 가르쳐 주셨으며, 또 ‘적멸’이라는 두 글자를 없애고 하학인사(下學人事)의 공정(工程)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제가 어르신께 크게 인정을 받은 것이고 지극한 은혜를 입은 것이니, 다시 무슨 말씀을 더 드리겠습니까. 그러나 가르쳐 주신 뜻을 꼼꼼히 검토해 보니, 이단의 잘못된 주장을 모두 버리고 성문(聖門)의 학문으로 들어온 듯하여도 말씀 중에는 사소한 병통이 없지 않으며, ‘물아(物我)에 간격이 없다’라는 주장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허무적..

[고전산문] 부끄러움을 아는 것 / 이언적

군자가 지녀야 할 도리 중에서 귀한 것은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내면을 살피고 헤아려서 마침내 잘못이 없어야 비로소 마음에 부끄러움 없다고 능히 말할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있을 때부터 천지간의 일들에 이르기까지 잘못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고 두려워하며, 누가 보든 말든 듣든 말든 상관없이 오직 한결같이 스스로 삼가하여 어디에도 잘못으로 인한 부끄러움이 없어진다면, 비로소 중심을 잡고 뭇 사람들 가운데 의젓하게 우뚝 서서 오직 사람된 도리(道)에 의지한다 자신할 수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허물과 실수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모호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마치 흰 종이에 찍힌 점 하나와 같아서 비록 그리 흠이 되지 않을 듯해도, 마침내 그 점 하나가 드러남으로 인하여 그 마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