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사람의 근본(原人) / 한유
위에 형상(形象)을 이루어 나타나 있는 것을 하늘이라 하고 아래에 형상을 이루어 나타나 있는 것을 땅이라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명을 부여 받은 것을 모두 사람(人)이라 한다. 위에서 형상을 이룬 해와 달과 별은 모두 하늘에 해당한다. 아래에 형상을 이룬 풀과 나무와 산과 강 등은 모두 땅에 해당하는 것들이며,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이민족(夷)과 야만족(狄),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들(禽獸)은 모두 생명을 부여받은 것들로 사람에 해당한다.
그렇다고해서, 만일 내가 짐승(禽獸)을 사람이라 칭하면 되겠는가? "안 된다"고 할 것이다. 산(山)을 가리키며 “산인가?”라고 물으면 산이라고 말해도 된다. 산에는 풀과 나무와 새와 짐승이 있지만, 이를 모두 포함하여 말할 때는 산(山)이라 표현해도 된다. 그러나 만약 산의 풀 한포기를 가리켜 “이게 산인가?” 라고 물으면 산(山)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그러므로 하늘의 도리(道理)가 어지러워지면 해와 달과 별들이 그 안정(安定)을 얻지 못한다. 땅의 도리가 어지러워지면 초목과 산천이 그 안정을 얻지 못한다. 사람됨의 근본 도리가 어지러워지면 이민족(夷)과 야만족(狄),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들(禽獸)이 그 원래의 본성(本性)을 얻지 못한다.
하늘은 해와 달과 별들의 주체며, 땅은 풀과 나무와 산과 강의 주체요, 사람은 이민족(夷)과 야만족(狄), 온갖 날짐승과 길짐승들(禽獸)의 주체다. 그러할진대 근본이 되는 주체가 모질고 사나우면 주체로서의 도리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성인(聖人)은 이 모두를 하나처럼 한결같이 보고 어질게 사랑하였으며, 가까운 것을 먼저 도탑게 하면서, 나아가 먼 것도 한결같이 더불어 함께 하였다.
-한유(韓愈(退之), 768~824), "사람의 근본(原人)", 『고문진보후집』-
※참조: 번역문은 인터넷상의 여러 번역글들을 참조하고, 여기 저기서 대부분 표절하여 나름 이해되는 글로 윤색하여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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