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글의 진위(眞僞)를 구별하는 방법 / 이가환
무릇 글을 짓는 것은 초상화(肖像畵)와 같이 오직 비슷하게 할 뿐이다. 또 법률(法律)을 적용하는 것과 같이 마땅하게 할 따름이다. 내가 풍악록(楓嶽錄, 금강산 여행기)을 많이 보았는데, 대개는 과장(誇張)하여 진면목을 잃은 것이 열에 아홉이었다. 또 더러는 깎아 내려서 들은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었다. 그 의도를 살펴보면, 진짜로 보고나서 그것을 칭찬하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은 기이한 이론을 세우고자 하여 특이한 것을 찾는 것이었다. (『詩文艸』秋, '宗人熙天東遊錄後跋' 부분)
나는 성품이 우매해서 세상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오직 문장(文章)에 대해서만은 오랜 경험으로 익숙하다. 그래서 남이 쓴 글을 보면 어렵지않게 그 진위(眞僞)를 구별할 수 있었다. 문장의 진위를 구별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니라 말한 것이 의도함이 있는지(有意), 의도함이 없는지(無意)에 있다. 의도함이 없는 것이란, 부득이(不得已)해서 말한 것이다. 부득이(不得已)하여 말을 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꼭 필요한 말(不可少言)이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본질적인 말은 반드시 전해지게 된다. 의도함이 있다는 것은 그쳐야 하는 대목에서도 그치지 않은 것이다. 그쳐야 하는데도 그치지 않는다면 읽는 사람이 싫어한다. 싫어하는데도 사람들은 또 남들을 기쁘게 하기위해. 글자와 글귀(字句)를 공교롭게 꾸미려 한다. 이러한 방법은 취하면 할수록 더욱 어그러지게 된다. 이 방법으로 평가를 하다보면 백에 하나도 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詩文艸』夏, '眞愚艸序' 부분)
-이가환(李家煥, 1742~1801),『시문초(詩文艸)』부분발췌-
▲번역글 참고 한 곳: 명평자(明平孜),『금대 이가환의 산문연구』(충남대 석사논문, 2016년)
"사물의 진경(眞景)은 생각하는 것이 듣는 것만 못하고, 듣는 것이 보는 것만 못하다. 혹 오래전의 일이나 먼 곳의 일의 경우 어떻게 그 실상을 볼 수 있고 또 알 수 있겠는가? 오직 문자(文字)에 달려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글을 ‘마음의 그림(心畵)’이라고 하는 것이다. 생김새를 그려내어 실물과 거의 같게 하므로 그것을 읽으면 일에 도움이 된다. 만일 공허하게 문장을 꾸미고 장식해서 실상을 제대로 형용해내지 못한다면, 진실을 십분 표현했다한들 무슨 보탬이 있겠는가? " -이익(『성호사설,'간용병서(諫用兵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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