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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 실체는 이미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있을 뿐인데 / 유종원

강변에 배를 매어놓고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한 곳을 보(步, 부두)라고 한다. 영주성(永州城) 북쪽 외곽에 보(步)가 한 군데 있는데 그곳을 철로보(鐵爐步)라 부른다. 내가 배를 타고 와 이 지방에 거주한 지 햇수로 9년이 되었는데, 이곳 나루터를 철로(鐵爐, 쇠화로)라고 부르게 된 원인을 도처에서 알아보았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가 하는 말이 “그것은 일찍이 어떤 대장장이가 이곳에 살았었는데 그가 떠나고 대장간은 허물어져 지금 몇 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현재 그 이름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내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아, 세상에 실체는 이미 없어졌는데 이름만 남은 이런 경우가 정말 있단 말인가.” 하니, 철로보(鐵爐步) 부근에 있는 사람이 다음과 같..

[고전산문] 칭찬과 비방에 대하여 / 유종원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에게서 비방이나 칭찬을 받는 데에는 또한 각기 그 이유가 있다. 군자(君子)*는 아랫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으며, 소인(小人)*은 아랫자리에 있으면 칭찬을 많이 받고 윗자리에 있으면 비방을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군자는 윗자리가 적합하고 아랫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며, 소인은 아랫자리가 적합하고 윗자리는 적합하지 않으니, 적합한 자리를 얻으면 칭찬이 오고 적합한 자리를 얻지 못하면 비방이 오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군자가 난세(亂世, 혼란하고 어지러운 세상)를 만나 어쩔 수 없이 윗자리에 있게 되면 그의 주장이 반드시 군주와 어긋나는 반면에 이로움이 반드시 백성에게 미친다. 이로 인해 비방이 위에서 행해지고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