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실체는 이미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있을 뿐인데 / 유종원
Posted by 優拙堂
강변에 배를 매어놓고 사람들이 오르내릴 수 있게 한 곳을 보(步, 부두)라고 한다. 영주성(永州城) 북쪽 외곽에 보(步)가 한 군데 있는데 그곳을 철로보(鐵爐步)라 부른다. 내가 배를 타고 와 이 지방에 거주한 지 햇수로 9년이 되었는데, 이곳 나루터를 철로(鐵爐, 쇠화로)라고 부르게 된 원인을 도처에서 알아보았으나 알아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그가 하는 말이 “그것은 일찍이 어떤 대장장이가 이곳에 살았었는데 그가 떠나고 대장간은 허물어져 지금 몇 년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현재 그 이름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내가 탄식하며 말하기를 “아, 세상에 실체는 이미 없어졌는데 이름만 남은 이런 경우가 정말 있단 말인가.” 하니, 철로보(鐵爐步) 부근에 있는 사람이 다음과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