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파리가 밉다
쉬파리야, 쉬파리야, 네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나는 슬퍼한다. 벌이나 전갈같이 독있는 꼬리도 없고, 또 모기나 등에처럼 날카로운 부리도 없어서, 다행히 사람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지만, 어찌하여 사람들이 좋아하는 존재가 되지 못하는가?
네 모양이 지극히 작으니 네 욕심도 쉽게 채워진다. 술잔에 남은 찌꺼기나 도마 위에 남은 버린 고기 정도에도 족하지 않나? 네가 발로 디딛는 바가 아주 미소하여 너무 많으면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무엇이 부족하길래, 대체 무엇을 구하길래 종일토록 괴롭게 윙윙거리며 쫒아 다니느냐? 냄새 따라 향내 찾아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구나. 아주 잠깐 사이에 떼거지로 모여드는 것은 누군가가 서로 일러주기 때문인가? 생물들 중에서 비록 미미한 존재이긴 하나, 그것이 끼치는 해는 지극히 심하다.
서까래가 화려한 넓은 집에 진귀한 대나무 자리를 깐 침상이지만, 더운 바람 불어오니 찌는 듯이 덥고 여름날은 왜이리 길기만 한가? 더위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콱 막히고 땀은 비오듯 흐른다. 더위에 사지가 축 늘어져 거동할 수가 없고 두 눈이 흐릿하고 아득해질 적이 있다. 그럴 때 오직 베개를 높이 베고 한잠 푹 자서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어볼까 하게 된다.
그런데 대체 무슨 잘못을 네게 했길래 내가 이런 재앙을 당해야 하는가? 머리에 찾아오고 얼굴에 부딪친다. 소매 속에도 들어가고 바지 속을 파고 들어가기도 한다. 눈썹끝에 앉기도 하고 눈두덩을 따라 기어다니기도 한다. 그래서 눈을 아무리 감으려 해도 번번이 다시 깨어나게 된다. 팔이 저리는데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휘둘러 쫓아야만 한다. 이럴 때에는 공자인들 어찌 주공을 꿈에서라도 비슷하게 볼 수가 있겠는가? 하물며 장자는 어떻게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수 있겠는가?
쓸데없이 하인들과 계집종들에게 큰 부채를 들고 부치게 하지만, 머리숙여 깜박 졸아 팔에 힘이 빠지거나, 선 채로 졸다 뒤로 자빠지기 일쑤이다. 이것이 쉬파리가 끼치는 첫 번째 해독이다.
또, 지붕이 우뚝 솟은 고대광실에서 귀한 손님을 맞이 하여, 술과 포를 사다가 자리깔고 주연을 베풀며 하루의 남은 여가를 즐기려 하는데, 너희 무리들이 어찌나 많이 밀려오는지 당해낼 수가 없다. 그릇과 접시에 모여들기도 하고, 술상과 선반 위에 진을 치기도 하고, 진한 술에 취하여 그때문에 떨어져 술잔속에 빠져버리기도 하고, 뜨거운 국 속에 몸을 던져 혼백을 스스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 모양새를 가만히 보노라면, 정말이지 비록 죽을 지언정 후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득을 탐하는 탐욕스런 인간들에게는 사뭇 경계가 될 만하다.
더욱 피해야 할 놈은 붉은 머리를 한 놈이니 이름은 경적(景迹)이라고 한다. 이것이 한번 적시어 더럽혀 놓으면 사람은 아무도 먹지 못한다. 이놈이 무리들을 끌어오고 친구를 불러와서는 머리를 흔들고 날개를 펄덕이며 모였다가 흩어지길 순식간에 하여 떼거지들의 왕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손님과 주인이 막 술잔을 주고 받고 하며 의관을 엄정히 하고 있다가도, 나로 하여금 손을 휘두르고 발을 구르며 몸가짐을 흐뜨려 트리고 낯빛을 바꾸게 한다. 이러한 때에 왕연(王衍)은 어느 겨를에 청담(淸談)을 논하겠으며, 가의(賈誼)도 어떻게 차마 시국을 향한 큰 탄식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쉬파리가 끼치는 두 번째 해독이다.
또, 육장을 맛보고 장조림을 만들 때에는 제 맛이 날때 까지 오래 담그어 놓게 된다. 이때 반드시 독이나 항아리 뚜껑을 단단히 간수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힘을 합쳐 구멍을 뚫고 온갖 수단을 다하여 틈을 엿본다. 큼직한 고기토막이나 살찐 제물과 좋은 안주나 맛난 음식같은 것을 간직할 때 조금이라도 바깥으로 드러나거나 틈이 나거나, 지키는 사람이 혹시 깜빡 졸아 약간이라도 엄중한 방비를 태만히 하면, 어느새 그 씨를 남겨놓아 틀림없이 키우고 번식시키니 고기는 질척질척 썩어버리게 된다. 이럴 때 친지나 벗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내어놓을 것이 없어 쓸쓸하여 손님을 대접하는 즐거움이 없어져 버린다. 남녀 종들은 이 때문에 근심에 싸이고 하릴없는 죄를 짓게 된다. 이것은 그 세 번째 해독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큰 사례들이고 그외 나머지 것들은 일일이 들어 말하기가 어렵다.
아! 시경에 소아의 '지극'(止棘, '가시나무에 멈추다' , 쇠파리를 비유한 시)이라는 시(詩)가 육경으로써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서 옛 시인들이 사물을 널리 구체적으로 아는 지식의 깊이를 엿 볼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인들이 비유와 환유(암시 기법)의 기법을 정교하게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정교한 글기법으로 간신 모리배와 참소꾼들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이치를 풍자하여 세상에 설파한 것은 참으로 마땅한 일이다. 아아 ! 쉬파리같은 자들이 나는 참으로 밉고 가증스럽다. (개인적인 이해를 돕기위해 번역글을 옮기면서 문장과 문맥을 약간 다듬다)
-구양수(歐陽脩, 1007~1072 송대 시인, 학자, 당송팔대가), '증창승부(憎蒼蠅賦)',『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원글출처: 오세주의 한시감상실
'고전산문(중국) > 구양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산문] 도(道)에서 떠날 수 있으면 도(道)가 아니다 / 구양수 (0) | 2018.09.29 |
---|---|
고전산문] 속이 충만하면 절로 밖으로 드러난다 / 구양수 (0) | 2018.06.11 |
붕당론(朋黨論): 소인배의 붕당은 거짓이다 (0) | 2017.12.25 |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사람이 곤궁하게 된 후라야 시가 공교로워진다 (0) | 2017.12.25 |
송서무당남귀서(送徐無黨南歸序):사람된 삶의 우선순위 (0) | 2017.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