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속이 충만하면 절로 밖으로 드러난다 / 구양수
옛날 사람들은 학문을 함에 있어, 깊이 연구하여 배우고 익힌 것에 대한 믿음이 돈독(敦篤, 도탑고 성실함)했다. 그 마음 속이 배우고 익힌 덕(德)으로 충만해진 다음에 비로소 겉으로 드러나는 바가 크고 자연스러우며, 빛이 절로 우러나온다. 예를 들면 금과 옥이 빛나는 것은 그것을 갈고 닦고 염색하고 씻어내어 그런 것만이 아니라, 그 본성 자체가 견실한 까닭에 본래 가지고 있던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광채를 내뿜는 것이다.
주역(周易) • 대축(大畜)에서 “강건(剛健)하고 독실(罵實,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하면 날로 새롭게 빛난다”라고 하였다. 그 것은 마음속을 충실히 채워야만 광채가 나날이 새로우면서도 끝이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말하기 전에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덕을 쌓는다”라고 하였다....(중략)
그러나 오늘날의 학자들은 혹 그렇지 못하여 학문을 깊이 연구하거나, 자기가 배우고 익힌 것을 독실하게 믿으려고 하지 않은 채, 교묘하게 말을 꾸며 화려하게 하고 그 말을 과장하여 크게 부풀리고 있다. 대개 마음속에서 우러남이 없이 의도적으로 말을 꾸미려고 하면 힘을 들이기가 어렵고, 힘을 들이기가 어려우면 한계가 있게 되고, 한계가 있게 되면 쉽게 끝나버리는 것이다.
또 문장을 꾸미는 것도 옛 사람을 본받지 않으면(뜻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적절하게 수식하는 옛 사람의 문장력을 본받지 않으면), 굴곡되고 조리가 없어서 저속하게 되므로, 문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마음속에 충만해진 것이 부족하고, 스스로가 지킬 바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이하생략)
-구양수(歐陽修, 1007~1072), '여악수재서(與樂秀才書) 之一, 『구양수집 (歐陽修集)』 제 69권-
"무릇 옛날에 문장을 쓴 사람들은 문장을 위해 애써 공교롭게 꾸미지 않았다. 문장을 진정으로 공교롭게 쓰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충동을 억누르지 못한 까닭이다. 산천의 구름과 초목의 꽃과 열매가 안에서 충만하여 밖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마음속의 생각이 충만해지면 문장으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하여도 그럴 수가 없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부친께서 문장을 논하는 것을 들었는데, 옛 성인(聖人)들은 '자기의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소식('남행집전서 南行集前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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