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지나치게 참으면 병이 된다
「지나치게 말을 조심하고 참기만 하는 자는 반드시 마음의 병을 부른다. 정승 김약로(金若魯)가 좋은 예이니, 김약로는 그의 형 김취로(金取魯)가 망언을 많이 하는 것을 근심하여 말을 참기만 하다가 끝내 마음의 병이 생겼다.
대체로 사람이 한평생 쓰는 것은 배운 힘이 아니면 마음의 힘이다. 마음의 힘이 넉넉하면 참으로 좋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면 반드시 배운 힘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배움이 마음을 수양하기에 부족한데 마음을 지나치게 쓰면 반드시 병이 되니, 말도 한결같이 참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속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게 되니 어찌 참는다고 되겠는가? 요컨대 남의 단점을 지나치게 말하지도 말고 남의 장점을 과장되게 말하지도 말되, 칭찬은 많이 하고 질책은 적게 할 뿐이다. 완사종(阮嗣宗)은 남의 장단점을 말하지 않았으니 어찌 중도(中道)이겠는가?」
(옮긴이 註: 완사종은 죽림칠현 중의 한 사람으로 위나라 사람 완적(阮籍 210~263)을 말한다. 완적은 성격이 호방하고 구속받기를 싫어하여 예속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으로 시속(時俗)을 평론한다거나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여 인물의 선악을 비평한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위나라 문제는 완적을 세상에서 가장 고매하고 신중한 사람이라 칭찬하였다. 왕세정이 지은 '세설신어보'에 나온다.)
「귀하다고 교만해지고 젊다고 방자해지며, 늙었다고 나약해지고 가난하다고 초라해지는 자는 모두 배우지 못한 사람이다.」
「장점이 도리어 단점이 되고 복이 도리어 화가 되고 득이 도리어 실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잘하는 것에 얽매이면 장점이 도리어 단점이 아니겠는가? 지나친 복은 재앙을 낳으니 이것이 화가 아니겠는가? 부차(夫差)가 나라를 잃고 진(秦)나라가 천하를 잃은 것은 모두 갑자기 쉽게 얻었기 때문이니, 득이 실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점이 도리어 장점이 되고 화가 도리어 복이 되고 실이 도리어 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진 이를 스승으로 삼고 유능한 사람에게 양보하는 것보다 훌륭한 장점이 어디 있겠는가? 화가 이를 때에 두려워하면 복이 반드시 돌아오며, 실패를 계기로 성공하는 자도 많으니 잃음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겠는가? 」(김혜경/오윤정 (공역),2006)
「백이(伯夷)도 군자의 나라에 들어가면 어질다는 말을 듣기 어렵고, 요리(要離, 오나라의 자객)도 자객들이 사는 살마도(薩摩島)에 들어가면 용감하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 이것은 훌륭한 대장장이가 대장 기술로 유명한 월(越)나라에 들어가고, 활을 잘 만들 줄 아는 사람이 활 만드는 기술로 유명한 연(燕)나라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모두 능숙한데 어떻게 자신의 재주를 뽐낼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혼란한 세상은 태평한 세상의 밑천이고 망한 나라는 흥하는 나라의 밑천이며, 소인은 군자의 밑천이고 탐욕스러운 사내는 지조 있는 선비의 밑천이며, 무능하고 비루한 관리는 유능하고 선량한 관리의 밑천이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집안을 망치는 자식은 충성스러운 신하와 효성스러운 자식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해 주는 밑천이다.」
「공자는 말하였다. “겉으로는 엄한 척하면서 속마음은 유약한 사람은 그 성품이 벽을 뚫고 담을 넘는 도적과 같을 것이다.(옮긴이 註: 출전은, 논어 양화편 )”
맹자는 말하였다. “말을 해야 할 때에 상대방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말하지 않음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요, 말해서는 안 될 때에 말을 한다면 이것은 말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니, 이는 모두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이나 마찬가지이다.(옮긴이 註: 출전은, 맹자 진심 하(盡心下) )”
두 성인의 말씀은 똑같이 속마음을 환히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주자(朱子)는 이렇게 말하였다. “독서한 도적이요, 거칠고 우둔한 군자이다.(옮긴이 註: 출전은 朱子語類 卷81 )” 그 가르침이 더욱 친절하니, 바로 주자가 말한 속마음을 환히 드러내 보이는 수단이라는 것이다.」(윤미숙/김용기 (공역),2006)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 성언(醒言)-
**옮긴이 註: 성언(醒言)은 '깨우치는 말'이라는 뜻으로, 그 소재가 인물, 일상, 일화, 역사(歷史), 사론(史論), 옛글(고전), 배움의 기록 등 다양하다. 위의 글은 청성잡기 3,4권에 나오는 여러 성언중에서 개인적으로 발체하여 엮어 옮겼다.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선비가 해서는 안 될 말을 말하는 것은 말로써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짓이고, 해야 할 말을 말하지 않는 것은 침묵으로써 무엇인가를 얻으려는 짓이다. 이는 모두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이다."-맹자(孟子 盡心章句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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