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폐단과 군자삼계(君子三戒)
안숙화(安叔華 안석경(安錫儆))가 말하기를,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좋아하는 것은 인(仁)의 폐단이고, 잔인하고 각박한 행동은 의(義)의 폐단이고, 교묘한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은 예(禮)의 폐단이고, 권모술수는 지(知)의 폐단이고, 고집스럽고 편벽된 행동은 신(信)의 폐단이다.” 하였다.(옮긴이 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란 사람이 항상 갖추어야 하는 다섯 가지 道理(도리), 즉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직함을 뜻한다. 이것을 오상(五常)이라고 한다.)
군자는 남의 선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고 소인은 남의 악을 드러내기를 좋아한다. 현달한 사람은 항상 남도 현달하기를 바라고 곤궁한 사람은 항상 남도 곤궁하기를 바란다. 훌륭한 사람은 남의 장점을 듣기를 좋아하고 용렬한 사람은 남의 단점을 듣기를 좋아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을 칭찬하고 부족한 사람은 항상 남을 헐뜯는다. - 내가 일찍이 말하기를, “나보다 나은 사람을 사모하고 나와같은 사람을 사랑하고 나만 못한 사람을 가엾게 여기면 천하가 태평할 것이다.” 하였다.
치세라고 해서 어찌 소인이 없겠는가마는 군자가 많아 소인들이 마음대로 날뛰지 못할 뿐이고, 난세라고 해서 어찌 군자가 없겠는가마는 소인이 많아 군자가 도를 행할 수 없을 뿐이다...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명예를 구하고, 명예를 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익을 탐한다.
나쁜 풍속의 폐단은 이단보다 심하고, 놀고먹는 해악은 도적보다 심하며, 붕당의 화는 전쟁보다 심하다. - 마음을 파고들고 뼈를 찌르는 말이다. 뜻있는 선비가 격분하지만 구제할 수 없어 크게 탄식하고 마는 것이 이 세 가지이다.
지나치게 청렴결백한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더러운 탐욕으로 몸을 망치고, 지나치게 명리(名利)에 초연하여 벼슬을 사양하는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조급히 출세를 다투다 몸을 망친다.
염치 불고하고 먹기만을 추구하는 자는 짐승과 다를 것이 없고, 눈을 번득이며 달려가 이익만을 좇는 자는 도적과 다를 것이 없다. 잗달고 소심하여 제 일만을 챙기는 사람은 거간꾼과 다를 것이 없고, 패거리를 지어 비방하면서 사악한 사람만을 가까이하는 자는 도깨비와 다를 것이 없다. 기세를 믿고 기운만을 앞세우는 자는 오랑캐와 다를 것이 없고, 수다를 떨며 권세가만을 붙좇는 자는 종이나 첩과 다를 것이 없다.
학문이 실용에 맞지 않으면 그런 학문은 하지 않는 것이 낫고, 문장이 세교(世敎)에 보탬이 없으면 그런 문장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문장으로 세상을 빛내려다가 혹 과장(誇張)에 빠져 잘못되기도 하고, 언론으로 세상을 붙잡으려다가 혹 과격(過激)에 빠져 잘못되기도 한다.
남의 비밀을 살피지 말고, 남의 재주를 가리지 말며, 남이 나에게 극진히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남이 나에게 충성을 다하기를 바라지 말라. 그 사람이 아무리 착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자식이 착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
사람이 모이면 이익이 생겨나고, 물건이 모이면 해가 생겨난다. 그러나 이익을 독차지하면 화도 집중된다... 분수대로 운명에 맡기면 만사가 제대로 되고, 권세를 탐하여 영달을 좇으면 온갖 죄가 생겨난다.
문벌로 등용되는 일이 많아지자 자손들의 공손한 기풍이 끊어졌고, 당파간의 다툼이 혹심해지자 겸양의 풍속이 사라졌다. 윗사람은 예의를 범하고 아랫사람은 포악해서 천재(天災)와 인화(人禍)가 함께 생겨났다. - 두 가지의 폐단은 모두 자신이 이익을 독점하려는 데서 유래한다.
교만과 인색은 다 나쁜 점이다. 그러나 하늘은 인색보다 교만을 더 미워한다...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존경하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모욕한다...천하에 법에는 걸리지 않지만 죄가 되는 것이 다섯 가지 있으니, 높은 지위, 깨끗한 이름, 많은 재산, 많은 자식, 강성한 가문, 이 다섯 가지이다.
여색은 몸을 해칠 뿐이고 싸움은 몸을 죽이기도 하지만, 탐욕을 경계하지 않으면 화가 심한 경우 집안을 망치기도 하며 적은 경우라도 몸을 망친다. 그러므로 군자의 삼계(三戒)* 중에서 노욕(老慾)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으뜸이다.
좋아함은 부러움을 낳고, 부러움은 시기심을 낳고, 시기심은 원수를 만든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마음이 원수로 변하는 것이 손바닥을 뒤집는 잠깐 사이에 이루어질 뿐이다.
술과 여자, 재물, 벼슬에 대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대장부라고 말할 수 있다...화는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기고,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
-성대중(成大中, 1732∼1809), 청성잡기(靑城雜記) 제2권 질언(質言) 부분 발췌-
▲원글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 김종태 (역) ┃ 2006
※[역자 주]
1. 질언(質言) : 자신의 생각을 사실 그대로 단정해서 하는 말이란 뜻으로 오늘날의 격언과 비슷하다. 저자의 체험과 사색에서 우러난 독특한 내용을 담은 대구 형식의 120여 항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2. 군자의 삼계(三戒) :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에게 세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으니, 젊을 때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경계함이 여색에 있고, 장성해서는 혈기가 한창 강하므로 경계함이 싸움에 있고, 늙어서는 혈기가 쇠하므로 경계함이 얻는 데 있다.” 하였다. 《論語 季氏》**(옮긴이 사족: 군자삼계 마지막 문장의 노년기에 관련한 원문은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이다. 얻고자 하는 것은 탐욕을 의미한다. 즉, 이익이나 명예, 재물등 얻고자하는 탐욕의 집착에 대한 경계를 뜻하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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