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은 차마 하지 못한다
원헌이 노나라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사방 여덟 자 한 칸의 작은 집이었다. 초가지붕에는 풀이 자라고 싸리문은 부서져 있고, 뽕나무 줄기로 문지도리를 삼고, 깨진 항아리를 박아 창을 낸 두 개의 방은 칡으로 창을 가리고 있었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 바닥은 축축했는데, 원헌은 똑바로 앉아서 금을 뜯으며 노래하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이 끄는 수레를 탔는데, 수레 안쪽은 보랏빛 천으로 장식하고 겉포장은 흰 천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 큰 수레가 그의 집 골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그는 걸어가서 원헌을 만났다. 원헌은 가죽나무 껍질로 만든 관을 쓰고 뒤축도 없는 신을 신은 채 지팡이를 짚고 문에 나와 그를 맞았다.
자공이 말했다. “선생께서는 어찌 이렇게 고생을 하시며 사십니까?” 원헌이 응하여 대답했다.
"내가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은 가난하다고 말하고 배우고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고생하는 것(無財謂之貧 무재위지빈 學道而不能行謂之病 학도이불능행위지병)이라 말한다 했습니다. 지금 나는 가난한 것이지 고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공은 우물쭈물 뒷걸음질치면서 부끄러운 얼굴빛을 하였다.원헌이 웃으며 말했다.
“세상의 평판을 바라면서 행동하고(夫希世而行 부희세이행), 자기와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만을 벗하고(比周而友 비주이우) , 학문은 남에게 내세우기 위해서 하고(學以爲人학이위인) , 가르침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하고(敎以爲己 교이위기), 인의를 내세워 간악한 짓을 하고(仁義之慝 인의지특), 수레와 말을 장식하는 일들은(與馬之飾 여마지식), 나로서는 하지 못할 일입니다(憲不忍爲也 헌불인위야).”
-장자(잡편) 제28편 양왕[8](원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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