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내 마음의 귀결점은 오직 나에게 있을 뿐
조정에서 선비들의 논의가 나뉜 뒤로 붕우의 도리를 어찌 끝까지 지킬 수 있겠는가? 벗 사귀는 도리는 하나인데 어찌하여 둘로 나뉘었는가? 둘도 오히려 불행한데 어찌하여 넷이 되고 다섯이 되었는가?
하나인 도리가 넷, 다섯으로 나뉘어 줄을 세워 사당(私黨)을 만드니 한 개인에게 저버림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한 편에 들어간 사람은 각기 하나의 세력이 되어 나머지 네 다섯 편과 적이 되니 한 개인이 외롭지 않겠는가?
…… 나는 혼자다. 지금의 선비를 보건대 나처럼 혼자인 자가 있는가? 홀로 세상길을 가나니 벗 사귀는 도가 어찌 한 편에 붙는 것이겠는가? 한 편에 붙지 않으므로 네다섯이 모두 내 친구가 된다. 그런즉, 나의 교유가 또한 넓지 않은가? 파벌의 차가움은 얼음을 얼릴 정도지만 내가 떨지 않으며, 파벌의 뜨거움은 흙을 태울 정도지만 나는 불타지 않겠다.
될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으니, 오직 내 마음을 따르겠다. 내 마음의 귀결점은 오직 나에게 있을 뿐이다. 그 거취가 어찌 넉넉하고 여유있지 않겠는가?
-유몽인(柳夢寅, 1559~1623), 『어우집(於于集)』 「연경으로 가는 이정귀(자 성징) 영공에게 주는 글[贈李聖徵(廷龜)令公赴京序]」중에서-
※번역글 출처: 한국고전번역원 / 고전산책/고전산문/박수밀, '혼자서 갈 수 있는 용기'.
"그는 왜 혼자라 말하는가? 삶의 줏대를 곧게 세워 한 편에 빌붙지 않고 살겠다는 다짐이다. 이해관계에 얽매일 필요 없으니 푸른 것은 푸르다고 하고 붉은 것은 붉다고 말한다. 나를 얼게 만들거나 태우려는 눈초리들이 해칠 기회를 엿볼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믿는 바를 따라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다. 유몽인은 그렇게 다짐했다. ‘될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다’는 말은 공자의 말이다. 공자는 말하길, “군자는 천하의 일에 대해 오로지 주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없어서 의(義)를 따를 뿐이다.[子曰, 君子之於天下也, 無適也, 無莫也, 義之與比]”라고 했다. 단 하나의 견해만을 고집하지 않고 의리를 따라 행동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공자의 말을 끌어와 이야기한 것이다."('혼자서 갈 수 있는 용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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