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산문] 입언(立言)을 배우고자 한다면 / 유몽인
만약 옛날의 이른바 '입언(立言)'*이라는 것을 배우고자 한다면, 거기에는 어떤 묘리가 있다. 내가 보기에 한나라 시대의 사람(漢人)으로 삼대(三代, 중국 고대 왕조시대, 하(夏)·상(商)·주(周))를 배운 자는 삼대(三代)가 될 수 없고, 단지 한나라 시대의 사람(漢人)일 따름이다. 송나라 시대의 사람(宋人)으로 한퇴지(한유)를 배운 자는 한퇴지가 될 수 없고, 오로지 송나라 시대의 사람(宋人)일 뿐이다. 이에 나는 고인(古人, 옛 현인의 사상과 문장)을 배우고자 한다면 앞서 고인(古人)이 배운 바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경(西京,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도읍지인 장안, 즉 한, 수, 당 시대)의 문장을 하고자 한다면, 먼저 그 시대의 현인들이 배우고 익힌 바의 육경(六經)과 『좌전』․『국어』와 제자서((諸子書, 제자백가의 여러 사상과 저술)를 배워야 할 것이고, 한퇴지의 사상과 문장을 배우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한퇴지가 배운 바의 삼대(三代)와 양한(兩漢)의 여러 책들을 읽고 배워야 할 것이다.
※옮긴이 주
1.입언(立言): 말(言)을 세우는 것, 말하자면 참된 말 참된 글을 씀으로써 오래도록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입언(立言)은 썩지 않는 세 가지의 사업, 즉 삼불후(三不朽) 중의 하나에 해당된다. 삼불후(三不朽)의 출전은, <좌전(左傳)·양공(襄公) 24년>의 기록이다. 초나라의 재상 손숙오(孫叔敖)가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뛰어나게 가치있는 것(太上)에는 입덕(立德)이 있고, 그 다음에는 입공(立功)이 있으며, 그 다음에는 입언(立言)이 있으니,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르더라도 폐(廢)하지 아니하면, 이를 일러 불후(不朽)라 한다."라고 말한데서 유래한다.
-유몽인(柳夢寅, 1559~1623), '여윤진사빈서(與尹進士彬書)' 부분, 『어우집(於于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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